지난 주 동해 쪽으로 휴가를 다녀 왔다. 그 동안 일출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동해에 수십 번을 가봤지만, 바다 수면에서 뜨는 일출은 단 두 번밖에 못 찍었다. 그만큼 수면일출은 만나기 힘들다.


그러나 항상 그런 일출을 기대하며 떠나기는 한다. 과거에 경험했던 그 장엄함을 잊을 수 없어서이다. 나의 경우, 일출촬영은 주로 겨울, 그 중에서도 1월1일 가장 많이 시도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여름에 일출촬영을 시도했다. 나에게 있어 여름일출 촬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너무 이른 일출 시각이다. 겨울엔 오전 7시반 전후인 반면에 여름은 5시반 전후다. 모처럼 동해바다를 가는데, 저녁에 술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명목은 일출 촬영이지만, 여름에 찾는 동해일출은 술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해변가에서 술을 마시다가 동이 트기에 일출을 촬영한 적은 있어도, 술 먹고 자다가 정시에 일어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자명종을 탓하기도 하고 같이 간 동반자들을 탓하기도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특히 아침에 일어나 눈부신 태양을 보았을 땐 더욱 후회막급이다. 날씨가 꾸물꾸물하면 그나마 위안이 되는데 말이다.


 일출을 기다리고 있을 때는 해가 어떻게 뜰지 아무도 모른다. 날씨가 아무리 맑아도 해는 먼 구름 사이나 검은 바다 안개 뒤에서 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엔 동해안 일대에 남들보다 일찍 휴가를 다녀왔다. 숙소로 정한 곳은 사람이 그리 찾지 않는 동해시 부근 어달해수욕장과 정동진 근처의 등명해수욕장 팬션이었다. 두 곳 모두 해변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첫째날 술도 일찍 파하고 일찌감치 잠을 청해 다음날 5시에 기상, 해변으로 나갔다. 신년 첫날 일출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한가하다. 디카는 ISO까지 자동으로 세팅할 수 있어서 이번엔 삼각대를 가지고 가지도 않았다.


 


 날씨는 일단 맑아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결국 수면에서 뜨진 않았지만, 이날 해는 수줍은 새색시의 모습으로 떠올라 주었다. 핑크빛 얼굴로 해수면의 옅은 안개를 앞장세우고 나타났다.


 



 



 



핑크빛 해와 작은 바위섬의 결합은 잘 절제된 동양화 같은 느낌을 주었다


 


등명해수욕장은 다른 유명한 해변보다 딱히 포인트가 없다. 포인트로 삼자면 작은 바위섬과 지나가는 어선, 갈매기들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소박한 일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숙소 앞 팬션을 시간대별로 찍어보았다. 해뜨기 전, 해뜰 무렵, 해뜬 후


 


 둘째날은 날씨가 흐렸고 비 예보까지 있어 다음날 아침 푹 잤다. 숙소를 옮겨 등명해수욕장에서 세번째 일출을 기다려 보았다. 숙소 발코니에서 바다가 바로 보여 해변으로 내려가지 않고 해를 기다렸다. 구름이 두껍지 않아 구름 사이의 일출이라도 기대를 했으나, 기대를 저버리고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았다.


 


한시간 이상 기다렸으나 이 상태에서 구름은 더 두꺼워졌다


 


 마지막 날인 네번째 아침. 전날과 마찬가지로 5시에 기상하여 발코니에서 대기를 했다. 이곳은 어달해수욕장보다 더욱 한가한 곳이다. 일출이 가까워지면 갈매기와 어선들이 출현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이조차 보기 힘들었다.


 해뜨기 전 몇 컷을 눌러봤는데, 배터리 경고가 번쩍였다. 셔터가 들어가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똑딱이 카메라로 전환, 눈물을 머금고 일출을 촬영했다. 이 날 역시 수면에서 뜨지는 않았고, 첫날의 일출과는 달리 해가 모습을 보이자마자 너무 밝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를 중심으로 한 촬영보다는 분위기 위주로 촬영을 했다. 물론 똑딱이의 망원기능이 떨어져서이기도 했다.


 



해뜨기 직전



해가 나오는 순간



해가 빛을 발하기 시작



해가 떴다(너무 해가 일찍 밝아졌다)


 


이날은 다른 날보다 구름이 참 아름다웠다는 느낌이다. 높이 떠 있는 구름과 낮게 뜬 구름은 햇빛을 다른 각도에서 받아 입체적인 아침하늘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까운 구름은 붉은 빛, 먼 구름은 하얀 빛

 


이번 휴가는 사진 결과물보다, 한 번의 여행에 여름일출을 3번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큰 소득은 여름에 일출을 찍으려면 술꾼들과 동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결정적인 순간, 필카에서 필름 떨어지는 것보다, 디카에서 배터리 떨어지는 것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해가 뜬 후에는 주위에 많은 실루엣을 찾아볼 수 있다. 일출의 부록이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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