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해를 등지고 찍어야 된다.”


사진 촬영할 때, 순광으로 찍으라는 극히 기본적인 원칙이다. 해를 안고 찍는 역광 상태에서는 플레어(flare)나 할레이션(halation) 등의 현상이 일어나 화면을 부옇게 만들기도 하고, 눈에 거슬리는 잡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촬영대상이 배경보다 어둡게 나와 사진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꼭 그럴까?


사진에 있어 역광은 과제를 풀어 가는데 중요한 열쇠다. ‘왜 밋밋한 사진만 찍게 될까’하며 괴로워할 때 구원의 서광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이야기다.


사진의 내공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진은 마이너스 작업’이라는 초식을 습득하게 된다. 프레임 안의 요소들을 줄여가고 정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도를 이용하여 배경을 죽여서 주제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타이트한 프레이밍으로 필요 없는 요소를 화면 밖으로 내보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사진스러운’ 방법이 역광을 활용한 화면 정리다.


역광 상태에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역효과도 많지만, 잘 활용한다면 효율적이고 임팩트 강하고 깔끔한 화면 정리를 할 수 있다.


 


나무나 풀은 꼭 산에 가지 않더라도 집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햇살이 좋은 날, 역광을 받은 잎새들을 보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해를 안고 본다고 항상 이렇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배경이 어두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순간 그런 조건이 갖춰져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주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역광에 의해 그림자가 진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배경위에 빛을 투과하는 잎새가 역광을 받은 상태에 놓여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상황 요건은 아니지만, 이럴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역광으로 인해 잎의 디테일이 살아나고 빛의 강도에 따라 잎사귀에 농담이 생겼다.


 



역광이 나무 사이로 좁게 들어와 잎을 강하게 때렸다. 배경은 상대적으로 죽는다


 



역광을 받은 부분과 안 받은 부분이 섞여 있어 비교가 된다.(점들은 하루살이)


 



반 측광을 받아 잎새의 결과 질감이 함께 살아났다


 

전제 조건이 또 하나 있다. 해가 화면 상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광선이 직접 렌즈 면에 닿는 상황이면 플레어나 할레이션 현상이 잘 일어나므로, 렌즈후드를 사용하여 렌즈에 그늘을 마련해줘야 한다. 후드가 없으면 한 손으로 렌즈 위에 차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리가 먼 경치를 볼 때 손을 올리는 것처럼. 할 때와 안 할 때는 육안으로도 그 차이를 확인을 할 수 있다.


역광을 받은 잎사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에 맑은 빛을 더한다. 그리고 접근을 하게 되면 질감과 디테일을 드러낸다. 뽀송뽀송한 솜털까지…그리고 배경과 명확한 대비를 이룰 때 자신의 화면의 주인공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어두운 배경의 비중이 높을 때는 노출을 2~3단 부족으로 주어야 잎새가 과다노출 되지 않는다. 여기에 배경의 색상이나, 흐릿한 형체가 주제에 도움을 준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역광은 뽀송한 솜털 표현에 도움을 준다. (상단에 플레어가 생겼다)


 


잎사귀는 화려한 꽃에 비해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는 소박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햇살 좋은 날 빛을 곱게 투과하는 잎사귀는 어느 아름다운 꽃보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