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보의 용도가 조명만은 아니다?

입력 2008-03-20 17:27 수정 2008-03-20 17:33
 


   나는 현재 스트로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카메라와 연동되는 쓸만한 제품은 활용도에 비해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특성상 그림자와 반사광이 생기고 입체감도 없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없지는 않다. 그 순간성의 우수함 때문이다.


 


 스트로보는 ‘찍사’들이 선호하는 호칭이나, 이는 상표가 보통명사화 된 거라 한다. 일반사람들은 ‘후래시’(플래시)라고 많이 부르는 듯하다. 그러나 정식명칭은 일렉트릭 플래시나 스피드 라이트가 맞다. 


 스트로보가 필요한 이유는 당연히 어두운 데서 물체를 찍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것은 1차적 기능일 뿐 다른 용도가 많다. 삼각대의 용도를 셀프타이머용 거치대로만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생각이다. 옛날 고궁에 가보면 연인들이 카메라에 삼각대를 꽂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흔들림 방지의 목적이 우선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스트로보는 발광속도가 1/1000초 이상으로 빠르다. 그래서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흔들림 없이 잡아내는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종류에 따라 틀리고 상황에 따라 다소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과거 우유 광고에 왕관 현상이라며 광고에 활용했던 사진 역시 스트로보를 활용한 것이다. 고속셔터로 촬영한 것이 아니다.


 디스코가 한반도를 휩쓸고 있던 80년대 초반, 변두리 고고장 내지 디스코텍엘 가면 무대 양옆에 대형 선풍기가 돌고 있었는데, 이른바 ‘사이키’조명이 터질라치면 선풍기가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이키 역시 스트로보이기 때문이다.


 



 


위에 사진은 스트로보를 들고 터뜨리는 오픈플래시 기법(stroboscope)이다. 깜깜한 공간에서 배경은 검은 천을 이용하거나, 야외에선 불빛이 없이 넓게 트인 공간이면 되겠다. 그리고 카메라는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B셔터로 셔터를 열고 스트로보는 카메라와 수직방향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터뜨려주면 된다. 이러한 원리를 잘 이용하면 다양한 방법과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찍었다는 사진을 보면 석양은 없고 사람만 나온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을 가까이 잡은 경우가 더욱 그렇다. 스트로보를 터뜨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석양의 붉은 빛은 어둡게 나올 수밖에 없다. 스트로보 없이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실루엣으로 찍는 방법이 있겠으나, 기념사진이라면 스트로보를 써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스트로보의 밝기와 석양의 밝기가 비슷한 시점(노출계로 확인)에 찍거나, 배경이 더 어두울 땐 삼각대를 써서 슬로셔터(노출 측정)를 이용하면 배경과 사람을 같이 살릴 수 있다. 이는 야경을 배경으로 할 때도 응용하면 된다. 요즘 자동카메라에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자동모드도 있다.


 스트로보 사진의 평면적인 느낌과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선 바운스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실내에서만 가능한 일이 되겠다. 반사판이 있으면 실외에서도 가능하긴 하겠다. 머리가 돌아가는(?) 스트로보에 해당되는 것으로, 주로 벽면이나 천정을 향해 터뜨려 광선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천장에 터뜨리면 눈꺼풀 밑에 그림자가 져서 눈동자는 안 나오고 눈 전체가 검게 나오는 단점이 있긴 하다.


 또한 한낮이라도 스트로보 광량이 어느 정도 강하다면, 역광 등의 상황에 사람이 어둡게 나올 것이 예상될 때 보조광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카메라는 1/250초 이상 빠른 셔터에 동조하므로 보조광의 용도로 활용의 폭이 많이 넓어졌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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