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은 여유이자 여운이다.


 사군자를 보면 간결한 가운데 아름다움이 있다. 특히 나는 그 중에서도 난을 좋아한다. 그 곡선의 아름다움도 좋아하지만 그 여백을 더욱 좋아한다.


 


일본의 인쇄 광고를 보면 대부분 빈틈 없이 메시지로 면을 채운 것들이 많다. 일본 회사들의 사보만 봐도 신문 형태로 빽빽하게 편집을 한다. 좁은 면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겠다, 내지는 돈들이고 만드는 거 이왕이면 할 말 다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반면 우리의 광고나 사보에는 여유가 있다. 구체적인 메시지보다는 이미지를 중요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광고주가 처음부터 요구했던 바였다기보다는 그간 광고쟁이들의 많은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고집이 센 광고주가 있기도 하다. 파스퇴르 광고를 보면, 빽빽하게 할 말 다하는, 대놓고 비방하고 자기 자랑하는 광고를 해서 이슈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광고는 먹히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생각이 역발상이 되고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사진은 마이너스 작업이다. 빼고 빼고 해서 고갱이만 남을 때까지 뺀다. 그런데 그 아까운 프레임 안에 그렇게 넓은 공백을 남겨놓다니…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이는 공백이 아니라 여백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마이너스 작업은 없다. 그래서 사진이 간결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여백은 주제를 극단적으로 강조해주는 역할도 한다. 시선을 주제 쪽으로 유도를 해주기 때문이다. 여운 속의 집중력이다.


 


         

  


 


 


         


 


여백은 모든 예술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필자가 원래도 여백 있는 사진을 좋아했지만, 유독 사진에 여백을 남기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데는 동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사보 편집을 할 시절 매월 표3에 들어가는 ‘시와 영상’이라는 칼럼에 사용할 사진 때문이었다. 사진에 맞는 시를 골라서 사진 안에 시를 넣는 포맷이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부터 시가 들어갈 자리를 생각하면서 찍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백이 많은 세로구도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가 망원렌즈을 즐겨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여백을 잡기 위해서다. 어느 환경이라도 여백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망원렌즈는 그 일부를 포착하여 여백을 재단해내기가 용이한 렌즈다.  탁 트인 개활지라면 광각렌즈을 이용해서도 여백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런 공간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생이 복잡할 때는 여백을 생각하자. 여유는 자유를 가져다 준다.


생활에서 여백을 찾기 힘들면 넓은 하늘이라도 한번씩 쳐다보자.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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