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프로와 아마추어 --- 사진을 찍어야 하는 사람과 찍고 싶을 때 찍는 사람

 
  내 주위에는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제법 있다. 특히 고등학교 사진반 동문들이 많다. 사진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예술사진작가보다는 상업사진작가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모델연출에 일가견을 가지고들 있다. 
나는 모델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연출을 잘 하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서 누구를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찍기가 거북하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업적인 목적, 즉 ‘돈 되는’ 사진을 찍으려면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야’하기에 연출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래서 나는 못한다.
좋은 모델사진은 작가와 모델간의 교감이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나온다고 한다. 작가는 모델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를 모두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목적에 맞는 행동과 표정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잘 이루어졌을 때라야 모델 내면의 감춰진 모습까지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와 모델은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모델도 참으로 힘든 일이다. CF를 찍을 땐 날밤을 샌다—촬영 대기 중인 모댈( 최진실) 
오래 전에 대학 사진반 OB들과 모델사진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역시 모델 촬영보다는 주위 풍경을 오히려 더 많이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모델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모델이 프레임 안에 들어가면 사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참여했던 모델과 회원들이 소주 한 잔 하는 뒷풀이 시간을 가졌는데,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내일 찍으면 좀 더 잘 찍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처음 충무로 ‘바닥’에서 사진을 시작을 했을 때를 보면 자신의 원래 전공과는 상관 없는 사진을 했다. 결혼식 사진 찍느라 주말은 쉴 생각을 못했고, 돌잔치에 가서 숫가락을 열심히 두들겨야 했다(아기들 시선을 잡기 위해). 그래도 이러한 고생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은 모두들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 공통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아마추어 때 찍던 사진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기자가 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들고 다니는 걸 쉬는 날에 왜 들어야 하냐?”라는 반응이다. 
한참 결혼식 사진을 많이 찍었던 20대 중후반 시절, 돈을 줄 테니 결혼식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대학 시절 돈이 궁하긴 했지만 절대 응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 결혼식을 내가 왜 찍어야 하냐는 생각뿐이었다. 아마추어가 취미를 수단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 취미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취미가 일이 되면 그 행위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대학교 시절 명동에서 정기전을 할 때 기어이 내 사진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 사진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이 고맙기도 해서 그냥 주려다가 여름철이고 해서 전시장에서 쓸 요량으로 콜라 한 박스 받고 전시가 끝난 다음 전달한 적도 있다.
대학시절, 학교로부터 학교 홍보사진을 의뢰를 받아 사진을 찍고 처음으로 돈을 받은 적이 있다. 약 15만원 정도로 기억이 되는데, 당시엔 어머어마한 금액이었다. 이 일 자체가 서클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회원들 몇 회간에 걸친 회식으로 다 닦아 먹었다.
회사에서 사보를 만들 때 매달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실었었는데, 사보를 인쇄하던 곳에서 마음에 든다며 나의 개인 사진집(비용 3,000만원)을 만들어 줄테니 사진라이브러리에 넣어 렌트를 하자는(이익분배) 제안도 들어 왔으나, 나 스스로 사진수준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잘난 척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수입은 수입이고 취미는 취미대로 하면 되는데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그게 아니다. 돈 된다 싶으면 돈 되는 쪽으로 열심히 하게 되면서 초심을 잃는 경우를 많이 봤다.
모델 사진을 못 찍는 나에게도 전속모델이 있다. 나를 전속사진사로 삼은 운 좋은 여자다.  그리 잘 찍지 못한 사진에도 즐거워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유일한 모델이다. 그래서 나는 영원한 아마추어다. 
어부는 고기를 잡아야 살아갈 수 있지만, 낚시꾼은 고기를 잡고 싶을 때 잡는다.
나는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찍고 싶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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