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신이 창조한 피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선을 가진 것이 여체의 곡선’이라는 미명 하에 틈틈이 사진 월간지(월간 영상, 월간 사진)에 문득문득 나오는 누드사진을 보며, 언젠가는 나도 한번 찍어보리라 벼르곤 했다. 나는 당시 ‘사진적 차원’에서 입각했을 때, 전신보다는 빛을 활용하여 부분촬영으로 곡선을 표현한 사진이 좋았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절에 어찌 예술적 차원의 누드만 생각했겠는가.


 본능적 호기심을 푸는 데에 있어 당시는 지금과 접근환경이 달라 미국판 P잡지나 이보다 강도가 더 높은 H잡지를 통하였던 바, 이러한 ‘문화서적’은 세운상가를 자주 드나드는 공급책에 의해 ‘분철’되어 유통 내지 대여되고 있었다.


 고3 때는 사진을 전공하는 선배가 사진전을 한다기에 구경을 갔었다. 학력고사가 코앞에 닥쳐 있음에도 시간을 내서 간 이유는, 워낙 존경하는 선배의 첫 전시회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제가 누드전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시장에 갔더니 포스터는 그 선배 이름인데, 내부에 걸린 사진은 벽지 무늬 같은 디자인 작품이었다. 전시장을 나왔다가 포스터를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같은 사진을 정방형 사진으로 작게 수십장을 뽑아 세피아 조색(온조, 냉조)을 활용, 이를 이어 붙여 무늬를 만든 것이었다. (설명이 됐으려나..) 27년 전쯤 치고는 참으로 색다른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모델은 남자 모델이었는데, 중요부분까지 찍혀 나와 전시회 기간 중 그 선배는 경찰서에도 갔다 왔단다. 당시 누드사진(여성)에 ‘헤어’가 나오면 되니 안되니 말이 많은 시기였다.


 대학 사진반 1학년 때 마침내 상상만 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복학 선배 한 분이 다방 여종업원을 섭외, (선배는 설득을 했다고 했으나, 나중에 알아본 바로는 모델을 자청했다 함) 누드촬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반원 약 30명 이상이 참여한(최고의 출사 참석률) 이 행사에 나는 참가를 하지 못했다. 전날부터 고열을 동반한 몸살 때문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그렇게 아팠던 기억은 평생 몇 번 안 되는데 하필… 억울한 마음에 열은 더 나고… 잠은 안 오고…


 촬영은 일요일 캠퍼스 내 한적한 곳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날 여학생들도 다수 참가해서 모델을 챙겨주었고, 남학생들은 거친 숨소리를 몰아 쉬며 촬영에 임했다고. 남학생 대부분이 여성의 나신을 처음 봤으니 어련했으랴… 찍어온 필름을 보니 불손한 의도의 사진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촬영 후 동기들 왈, ‘이제 여자에 대한 신비감이 없어졌다’는 둥 약을 올리곤 했다.


 나의 첫 누드 촬영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더 지난 즈음에 고등학교 사진반 OB 촬영에서 이루어졌다. 장소는 가평의 중국섬.(지금은 자라섬)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후배의 주선으로 여성모델 두명을 초청하여 촬영을 했다.


 


  


 


 



중국섬에서 누드촬영 --


단체누드 촬영은 ''''독점권''''이 결여되어, 다소 창작의욕이 떨어진다


 


 


그 후배 말로는, 스튜디오 운영이 잘 안될 때는 모델 몇 명을 봉고차에 태우고 약 한달 정도 전국을 순회하면 많은 수입을 챙길 수 있었다 한다. 지방에 있는 사진동호회에 연락하여 회비를 걷고 누드촬영대회를 여는 것이었다. 서울보다는 오히려 지방수요가 폭발적임에 착안한 것이라고.


 촬영이 시작되자 별 대화도 없이 셔터 소리만 들리고, 모델들은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포즈를 잡는다. 나 또한 연출을 좋아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아 그냥 포즈를 취하는 대로 찍었다. 나중엔 흥미가 없어져서 그냥 중국섬 풍경을 찍기도 했다. 설렘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기엔 세월이 너무 흐른 듯했다.


 개중에는 너무 ‘적극적으로’ 들이대다가 모델로부터 주위를 받는 친구도 있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 이후로는 누드촬영을 할 기회는 더 이상 없었고 찍고자 하는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몇 년 전에는 외국누드 모델을 대규모로 불러와서 촬영대회를 한다고 지인들이 동행을 종용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연출된 사진을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체촬영은 분위기가 산만해서 사진 촬영에 몰두할 수 없어서 싫었다.


스펜서 튜닉이라는 작가의 집단누드 사진은 외신을 통해 신문지상에서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수백 명에서 수천명까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일종의 플래시몹과 같은 방법으로 집단 누드를 찍는데, 이 작가는 인체의 선보다는 모였을 때의 형태와 질감, 그리고 촬영장소와의 조화 내지 비조화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같다. 사진역사의 한 획을 그을 만한 시도라 생각된다. 한 사람의 모델도 구하지 못해 누드 촬영에 목말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수천 명의 누드를 그것도 한꺼번에 찍다니…


 



스펜스 튜닉의 집단누드


 


같은 누드 사진이라도 예술이 될 수 있고 외설이 될 수 있다. 요즘은 그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들도 많은 것 같다. 섹슈얼리티와 에로티시즘 역시 필요한 요소인바, 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답게 또는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쨌거나 누드는 아무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장르는 아닌 것 같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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