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디지털 시대 단상

 
사진(寫眞).. 말대로 진실을 배껴낸다는 뜻이다. 
반면 서양권에서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고 부른다.
즉 빛으로 만든 그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소 철학적으로, 서양은 과학적인 시각으로 단어를 정의하고 있다. 
 사진은 회화와 달리 사물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겨놓는 수단으로
사실의 증명용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그 외에 이 기술이 진일보하여 영화라는 것도 발명되어 즐거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디지털시대에는 사진 본연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이젠 포토샵을 비롯한 다양한 사진보정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간단한 처리를 통해 사진을 ””변조””한다.
이러한 발전은 영화와 함께 인간이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즐거움을 주는 순기능도 있으나, 이제 더 이상 사진이 증명용으로의 기능은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인터넷에 올라온 신기한 사진의 진실여부를 확인하는 ””있다,없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진이라고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나로그 시절 사진을 할 때는, 사실 속에서 비현실적인 사진을 구해내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이를 위해선 빛을 최대한 활용을 해서 일반적 상황에서 볼 수 없는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더욱 비구상적인 사진을 얻기 위해 제판용 필름을 잘라서 복사에 복사를 거듭하면서 암실에서 밤을 꼬박 세워가며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포토샵에서 클릭 한 방이면 바로 전환이 된다.
솔라리제이션, 릴리프, 라인톤 프로세스, 톤세퍼레이션…이런 것들..포토샵에 다 있다.
 과거에는 카메라를 매고 집을 나올라치면, 설렘이 몰려오곤 했다.
낚시꾼이 월척의 꿈을 안고 출조에 나서는 것처럼..
특히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날 찍은 몇 장의 사진이 머리에서 뱅뱅 돌며 생각처럼 나올 것인지..
그 궁금함이 극에 달하곤 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디지털카메라를 쓰고 있는지라 그 감흥이 옛날 같지 않다.
사진을 찍으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도 하고 사후작업을 통해 사진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때 초가집 촬영을 하기 위해 강원도 깊은 곳까지 갔으나,
전기줄 때문에 전경은 못 찍고 부분 만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전기줄 정도는 포토샵 ””힐링””기능으로 간단하게 없앨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이 과연 사진일까..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사진을 멀리하게 한다.
 
흑백사진을 하다가, 사후 작업시간이 짧은 칼라사진으로 바꾸었을 때도
관용도가 적은 슬라이드 필름만 고집했고,
사후 트리밍을 용납하지 않았던, 아나로그로 질풍노도 시절을 보냈던 찍사의 슬픔이다.
그러나 나도 시간에 杆기는 일반 월급쟁이인지라,
필카의 번거러움을 못느낄리가 없다.
결국 현재는 디카를 사용하고 있지만,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는 필카의 향수를 아직도 포기 못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까까머리 시절, 암실에서 첫 인화의 감동을 먹은 후 아직도 빛을 찾아 헤매고 다니는 40년차 아마추어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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