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때부터 영어를 배웁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감당하기 벅찰만큼 많은 과목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황은 점점더 심해져서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준비시킵니다.

 

공부하는 학생부터 평생 영어를 쓸일이 없는 분야의 직장인이나 주부들까지 영어학원을 다니는 이상한 상황에다가, 정책이 더 부채질해서인지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영어에 미쳐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정이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영어공부를 많이하는 나라중에 하나임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십년넘게 공부하고도 우리는 늘 영어에 자신이 없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 하나가 얼마전 영어학원을 다니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이유를 물은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거나 영어권 나라로 여행을 나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친구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을 때, 저는 왜 영어공부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 친구 말처럼 뭔가 배우려고 한다면 당장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배울 것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저 학문을 목적으로 공부를 하려는데 꼭 영어를 하고싶다면 모르겠으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자기계발이나 그 비슷한 목적으로 뭔가 배우려는 사람들은 영어를 무의식적으로 시작하는듯 합니다. 그렇게 쓸일 없는 영어를 학원비 들여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들어간 노력과 투자에 비해 얼마나 삶에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라디오에서 자신의 아이가 유치원에서 연극 춘향전의 주인공을 맡았다며 기대하는 부모의 사연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연극은 영어로 대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다가 아직 우리말도 다 자리잡지 못한 유치원생들까지 영어로 연극을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흔히 말하는 생존영어 정도 밖에는 구사하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어떠한 불편함도 느낀적이 없고,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닦고 펼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배우는 학생들은 자라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없고, 세상이 점점 좁아져서 외국에 나가서 일하거나 공부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분야가 정해지고 나아갈 목표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면 의미없는 영어공부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것입니다.
 

물론 공부해서 남주는 것 아니고 배워놓으면 언젠가 써먹을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지나가다 만난 외국인에게 길안내라도 해줄수 있다면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영어공부하는 부모님을 자랑스러워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앞에서 말한 친구에게 영어 보다는 정서적으로 또는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다른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필요에 의해 영어공부를 해야할 사람들은 열심히 해야할 것입니다. 배워놓으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은것도 분명합니다.

 

그러나 유치원생들까지 영어로 연극을 하게 하는 현실은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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