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척보면 안다거나 한눈에 알아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 앞에 현상들이 망막과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 우리의 뇌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해야 합니다. 시선에 들어오는 대상의 모습은 물론이고 그것과 연관된 기억이나 비슷한 사물과의 비교, 색상과 재질 등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정보량이 머리속에서 처리되고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은 시야각이 꽤나 넓기 때문에 시야 안의 모든 정보가 자세히 전달된다면 우리는 앞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가만히 멈춰있는 대상이라면 비교적 자세히 파악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실 척봐서 알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기억속에 대상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누적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척 본것을 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본것과 같은 것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옳습니다.

 

우리의 눈은 못 보거나 잘못 보는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만일 우리가 눈을 깜빡일때 사용하는 0.025초 안에 우리 앞으로 뭔가 지나간다면 당연히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

그 시간안에 지나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사람의 기준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게 그 시간은 같은 일을 수십번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도 그 시간안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눈에 사진을 보여준 후 재빨리 다른 사진을 보여주면 짧은 시간동안 먼저 본 사진의 모습이 망막에 남아있게 되어 다음 사진을 보면서 영상이 겹치는 현상을 우리는 잔상효과라고 합니다. 우리 눈의 느린 정보처리 덕분에 1초에 24장의 사진을 보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백열전구는 1초에 120번이나 깜빡이고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이 그것을 감지할 만큼 빠르다면 에디슨은 더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한 색을 오래 보다가 다른 색을 보면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눈은 색상도 잘못 전달하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서 있을때 바퀴와 휠의 모습을 설명 하라면 쉽게 할 수 있어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휠을 묘사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해서 스포츠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우리는 부족한 눈의 능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다른 능력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능력들도 눈의 능력만큼이나 부족하고 사실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왜곡하여 전달되는 경우는 아주 많습니다. 사람은 그만큼 완벽하지 못한 존재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보이는 그대로 즉시 판단하는 일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오해들은 이러한 순간적인 판단 때문에 생기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겪어 보았을 것입니다.

 

특히 결과만이 눈앞에 보여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죄없는 사람이 벌을 받게 되거나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한번 더 확인해 봤을 때 정확히 알게 되거나 전혀 다른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상대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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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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