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하기싫은 일을 해야하는 경우는 누구나 인상을 쓰게 됩니다.

 

하기 싫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일들이 생각나십니까. 저는 중고등학교 생활만 따져봐도 숙제가 싫었고 허구한 날 때리던 선생님들이 싫었으며 끝없이 좌절하게 만드는 체육시간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싫었던 일들은 얼마든지 댈 수 있지만 어린시절과 사춘기를 전후해서 자리잡은 나쁜 기억들은 무덤까지 갈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많은 남성들의 기억중에는 군대에서 만들어진 싫은 기억도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린 아이와 학생, 계급이 낮은 병사들은 대부분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주 적으니, 싫은 일이 주는 정신적인 파괴력이 더욱 증폭됩니다. 오죽하면 그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고 하겠습니까.

 

나빴던 대부분의 기억들은 지나고 나면 그 통증이 가셔서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실패와 불합격, 고생이나 실연의 경험들이 지나고 보면 오히려 약이 되었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으며, 사실 그런 상황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더 성숙하고 넓은 포용력을 가진 성품을 얻게 됩니다.

 

그 와중에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사람도 생기고, 떠올릴 때마다 미소짓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만들어집니다. 심지어 그 관계는 대를 이어지기도 하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상황으로 커지기도 합니다.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고, 젊음은 그보다 훨씬 더 짧은데도, 이제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 되어서도 하기싫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세상살이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물론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싫은 일을 조금씩은 하면서 살아갑니다. 어차피 세상은 완전히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는, 최소한이라도 다른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싫은 일을 해야하는 것도 많습니다.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는 일은 우리에게 더 큰 자유와 즐거움을 주는 투자입니다. 다만 어릴 때는 그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 지나고 난 우리들의 아쉬움입니다.

 

제 아버지는 농부셨고, 텃밭보다 큰 규모의 농사는 가족들의 노동력이 최우선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들은 지겨울 만큼 두고두고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그런 일은 하기 싫은 일 하듯이 해야 한다는 말씀을 종종 쓰셨습니다.

 
세상에는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 싫은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일터로 나갑니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혼잣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은 하기 싫은 일 하듯이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일은 지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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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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