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칼은 좋은 쇠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세상 물건들이 모두 그렇듯이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하지만, 좋은 재료로 만든다고 좋은 물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기술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게다가 그 모양도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옛날 장인들이 만들어내던 칼은 좋은 쇠를 불에 달구어 두들겨 편 후에 접기를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쇠를 접어서 두들기면서 쇠 안의 불순물들을 최소한으로 없애고, 남는 불순물들은 골고루 퍼지게 하여 좋은 칼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여러번 접으면서 단련한 쇠로 만들어진 칼과 철봉을 두들겨 쉽게 만들어낸 칼이 만나면 단련되지 않은 칼은 힘없이 부러져 나가게 됩니다.

 

거기다가 칼 안쪽에 들어가는 심철을 다른 재질의 쇠로 넣어서 강도나 탄력을 더하고 날부분이 되는 인철을 따로 단련하여 더 강한 날을 얻기위해 노력합니다. 장인의 비법이나 방법에 따라 각부분의 쇠를 다른 재질의 쇠로 구성하기도 하고 나름의 두께나 길이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나 일본도 좋은 칼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천년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도의 다마스쿠스 검이 좋은 칼이라는 평가에 크게 이견을 갖는 사람은 없습니다. 술탄과 칼리프가 휘두르던 이 검의 날을 만드는데 사용되던 우츠 강철의 재료는 텅스텐이 풍부하게 함유된 광석이었는데, 18세기 이후에 이 재료가 소진되어 더 이상 만들어내질 못했습니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 검의 비밀을 제련과정에서 풍부하게 함유된 탄소나노튜브에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쇠를 몇번을 접어야 좋은 칼이 된다는 공식이 있는지는 몰라도, 어디선가 좋은 칼은 아홉번 이상 접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칼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장인의 노력은 물론이고 힘들게 여러번의 제련과 단련의 단계를 거쳐야 좋은 칼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사람의 경우라면 얼마나 많은 단련의 과정을 거쳐야 좋은 인품을 갖게 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떤 단련의 경험을 겪었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칼도 좋은 칼이 되려면 아홉번은 접어야 한다는데 사람이 그보다 적게 단련되어도 될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생각의 차이를 경험하고 상대와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또는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을 단련해 나갑니다. 어려운 경험이나 고된 인내를 통해서도 단련하고 인생의 무게와 삶의 시련을 통해 더 성숙한 인품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때론 서로 비슷하고 때론 독특한 일들로 만들어집니다.
 

저는 지금까지 세번 정도 제 자신을 접어 단련할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칼에 비교한다고 해도 여섯번은 더 접어야 저를 채운 못된 불순물들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칼 속에 심철을 넣듯이 제 속에도 지금보다 좋은 것들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몇 번이나 접으셨습니까. 또한 여러분에게 필요한 심철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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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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