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친구가 경찰과 있었던 이야기를 한 일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비보호 좌회전 표지를 보고 무심코 좌회전을 했는데 경찰이 친구 차를 세웠습니다. 비보호 표지가 있어서 좌회전을 했는데 왜 그러냐는 친구의 말에 그 경찰은 빨간불에 좌회전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그 친구는 비보호 좌회전을 빨간불일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그 친구가 그 말을 해줄때까지 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비보호면 그저 상대차선에서 차가 안오면 언제든지 좌회전을 하면 되는 줄로만 알고있었습니다.

친구가 몰랐다고 난색을 보이자 경찰은 웃으면서 딱지를 떼려고 세운것이 아니라 알려주려고 세웠다면서 그냥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저도 늘 비보호 표지에서는 파란불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는데 가끔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들이 있긴 합니다. 아직 그 친절한 경찰을 못만난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잘못알고 있으면서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은 잘했는데 자식이 친구를 잘못만나서 못된 행동을 한다거나 학교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자신은 잘 가르쳤는데 집안 교육이 잘못되서 아이들이 버릇이 없다고 생각하며, 어떤 정치가들은 자신들은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 중에 불순한 세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장님과 직원들이 서로를 오해하고 있고, 부부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에게서 문제를 찾는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그 중 많은 경우는 문제가 자신에게 있음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일 것입니다.

 

학습코칭을 다니면서 보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부모의 생각이 얼마나 대단한 차이를 보이는지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고등학교에 특강을 다니면서 선생님을 먼저 만나면 학생들이 눈에 선하고, 학생들을 먼저 만나면 선생님은 안만나봐도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통법규는 어떠하다고 설명해 주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사람들 사이의 분쟁에서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려주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인정하기 보다 상대방의 편을 든다고 불평하거나 왜 자신이 옳고 상대가 그른가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문제가 둘 다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교통법규를 알려주는 것보다 자신에 대한 말을 해주는 것을 더 고마워하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제가 비보호 좌회전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그것은 누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일생동안 지속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나의 실수를 막아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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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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