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조용히, 정말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가 되면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몇 달에 한번 정도 성당에 가서 앉아있곤합니다.

강가의 빈 벤치나 바닷가의 모래밭도 좋지만, 거리도 거리인데다 다른 사람들이나 일상의 소리들에 방해를 받기 쉬워서 조용한 성당에 앉아있기를 하곤 합니다.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느새 마음이 정리되고 가슴이 가라앉습니다. 힘든 일을 겪은 다음이라면 감정이 커져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올때는 들어갈때보다 가벼워진 가슴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방이 여러 개 있는 집을 갖게 되면 방 하나를 완전히 비울 생각입니다.

가구 하나도 놓지 않고 은은한 벽지와 바닥을 가진 빈방을 하나 가지면 멀리 가지 않고도 무거워진 가슴을 다스리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가슴에 남겨두면서도 마땅히 그것들을 다스리거나 내려놓을 공간을 갖지 못합니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소리를 질러 보기도 하지만 잠깐의 망각과 해소감을 줄 수는 있어도 크게 덜어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든 무거워진 가슴을 덜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좋지않은 뭔가로 가득찬 가슴은 날카롭고 독을 품을 말들을 내뱉게 만듭니다. 그것은 우리 주위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줄 것입니다.

나쁜 싸이클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돌이키기 어려워집니다.

 

가슴을 다스릴 공간에 들어가면 정작 힘들었던 것보다 더 중요한 생각을 하게 되는 일도 생깁니다. 바라보는 기준이 변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들은 그렇게 차분히 바라보는 시간이 부족해서 더 커지고 복잡해집니다. 조용히 바라보게 되면 다른 방법이 보이거나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이루어집니다.

 

대부분의 상황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해결해 나갈 작은 에너지라도 얻게 될 것입니다. 산을 오르다 쉬는 잠깐의 휴식이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힘을 주고, 외치는 자의 잠깐의 침묵이 더 큰 흡인력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중간 중간 쉼표를 찍으면 우리는 아무리 긴 문장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쉼표는 그렇게 긴 시간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보십시오.

그곳에서 마음을 조금 식힐 수 있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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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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