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익숙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오래 사용해서 여기저기 닳은 지갑은 뒷주머니에 넣으면 지갑이 있다는 사실이 잊혀질만큼 몸에 익숙합니다. 아마도 그 지갑이 닳은 부분은 몸과 맞지않은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부분이 닳기 전에는 지갑이 걸리적거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익숙한 것들은 굳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손가락 사이로 볼펜을 자유롭게 돌리듯이, 자신이 항상 사용하는 물건들은 그것이 칼이나 바늘 같은 다치기 쉬운 도구라해도 물 흐르듯 여유롭고 자연스럽습니다.

 

내 몸의 일부같이 사용하던 도구나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오래 사용해서 망가지면 새로운 도구에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불편함을 겪어야 합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길들인 삽은 새 삽과도 안바꾸고, 기술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던 도구가 아니면 평소 실력이 안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일을 못하기도 합니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벗어나기 어렵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다만 그 벗어나기 어려움이 다른 것과는 달리 우리를 안정시키고 편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 익숙한 도구들이 없어지거나 망가졌을 때가 새로운 도구를 내것으로 만들기에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효과적인 것이 나와있는 것을 알면서도 손에 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불편함 때문에 쓰던 것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쓰던 것이 망가지면 고물상을 뒤져서라도 같은 것을 찾아냅니다.

 

물론 세상에는 대신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많은 감정들과, 거기서 비롯된 의미가 담긴 물건들은 아무리 더 좋은 물건이라고해도 그만한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반지 하나가 억만금보다 가치있고 소중하여 세상의 그 어떤 비싼 반지도 그것을 대신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물건이 아니라면 이제 새로운 것을 찾고 받아들일 때가 되었습니다. 도무지 어색하고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서 손에 익으면 그 전보다 훨씬 더 편리해서 바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종종 예전 것이 그립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그 물건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 물건과 함께 있던 시간속에 모습들이 그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추억을 위해서라면 망가진 것을 버리지않고 보관하는 것도 좋습니다.

 

익숙한 무엇인가가 없어졌을 때, 그것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기회가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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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사내들의 죽음. 독도의 비밀 - 김영범 장편소설 초아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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