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V 등에서 오래 사신 분들의 생일 잔치나 기념행사를 하면서 장수비결에 대해 묻곤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동네 어른이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웃음이 납니다.

 

그 어른은 오래전에 노인들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방송녹화전에 관계자들이 오더니 녹화가 시작되면 ‘많은 연세에 건강한 비결’을 물을 테니 아침마다 냉수마찰을 한다고 대답하시라고 시키더랍니다.

 

사실 건강한 사람들이나 장수하신 분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진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기 전에 아프고 불편한 삶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건강한 사람이 불편하고 아픈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입니다. 나름대로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하는 상상으로 힘든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계획하고 만듭니다. 물론 그렇게 상상으로 결정한 일들은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어떤 외국 광고가 기억납니다.

화면에는 한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건물안에서 경사로도 올라가고, 화장실도 이용하고, 문턱을 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습이 이어집니다. 그는 전혀 불편함이 없이 건물을 이용하다가 어떤 복도에서 바닥에 난 틈에 휠체어 바퀴가 끼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휠체어에서 일어난 그 남자는 그 바닥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불편하지도 않으면서 일부러 휠체어로 건물을 돌아다니던 그는, 건물을 설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는 도저히 휠체어로 혼자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한 경사로를 수없이 보았고, 붙잡고 올라가기에 너무 두껍거나 불편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계단 손잡이를 많이도 경험했으며, 심지어 경사로 조차 없는 건물 입구나 손잡이가 없는 계단도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너무나 많습니다.

 

앞이 안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때는 앞이 안보이는 상태에서 이용해 봐야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할때는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용해 봐야합니다. 아니 불편한 분들이 직접 사용하게 해보면 더 좋습니다. 그래야 정말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시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는 많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 우리의 생활과 삶에 많은 도움과 편리를 줍니다. 그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상상되어야 하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상상으로 하면 안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결정하거나 실행해서는 안되는 것들입니다. 이런 분야에 상상으로만 일을 하면 편리와 도움이 아니라, 위험과 좌절을 주게 됩니다.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무언가를 계획하고 만드시는 분들에게 커다란 감사와 함께 감히 부탁을 하나 드립니다.

 

제일 먼저 상상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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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범 장편소설 초아 - 지금 오천년의 비밀을 만나보세요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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