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빨랐을까.

지금 우리는 아주 빠른 판단이 가능합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버튼을 몇 개 누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위치나 상황, 기분까지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반대로 우리의 마음 상태가 언제든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말투나 목소리의 높낮이, 숨소리 만으로도 그의 기분과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뛰어난 연기를 해서 그 깊이를 속일 수는 있겠지만 전체를 모두 감출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편지를 쓰던 시절은 매일 편지를 쓴다고 해도 그가 편지를 쓸 때의 상황밖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편지가 도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하루 이상은 걸리므로 지금 그가 어떨지는 모릅니다. 또한 편지는 쓰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섣부른 실수를 미리 방지해 주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써놓고 보내지 못한 편지들도 보낸 편지들 만큼이나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느린 시절에 살던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하루에 열 두 번도 더 바뀌는 마음과 기분을 가졌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지금은 그 상황을 바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성급한 실수와 실언들이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빠를수록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빠른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 도 분명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빠른 이동수단과 통신수단, 정보의 이동과 물자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다 보니, 천천히 생각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빠른 결정과 판단을 적용하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예전에 살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가므로 우린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둘러야 했다면 오히려 우리보다 짧은 시간이 주어졌던 옛날 사람들이 더 그래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랬던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유지하려고도 하고 넘어서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몇 백년이 걸릴 일을 몇 십년에 이루었다고도 하고 세계 최초나 최고의 무엇을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물론 그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빨라진 세상이 그렇지 않았던 예전보다 행복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서두르며 하루를 살 것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대부분이 그래야 하니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야 합니다.

 

다만 어떤 것은 천천히, 기다리고,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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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범 장편소설 초아 – 지금 오천년의 비밀을 만나보세요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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