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유명한 판관이 있었습니다.

 

재판을 할 때마다 시비(是非)를 잘 판단하고 번번히 죄인들이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뉘우치게 하는 명판관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탁월한 재능을 본인 역시 만족스럽게 여기며 오랜 세월 재판을 하다, 어느 순간 자신이 한번도 틀림이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죄인을 잘 가려 내는가를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고, 아침에 닭의 울음 소리를 듣고 하녀보다 먼저 닭장에 가서 달걀을 꺼내어 숨겼습니다. 그리고는 하녀를 불러 오늘 식전에 닭이 운 것을 들었는지 확인 시키고는, 가서 달걀을 가져 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는 계획대로 하녀가 빈손으로 돌아오자 다짜고짜 하녀를 달걀도둑으로 몰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누명을 쓴 하녀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완강하게 부인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하인들을 시켜 형틀에 묶고 곤장을 몇 대 치자, 하녀는 울며불며 자신이 달걀을 훔쳐 먹었으니 제발 살려 달라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판관은 하늘을 보며 탄식을 멈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짓 자백을 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 서로가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고 시비를 가립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법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법대로 하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물론 실생활 속에서 아직 우리는 선진국 만큼은 소송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 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우리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잘못 판단하고 매도 했을지 모릅니다.
 

어떤 일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욕을 먹고 손가락질 당하기도 하고, 인정 받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옳고, 어떠한 경우에도 그른 것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서 판단을 내릴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객관적이지 못한 내 자신의 잣대로 성급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렸는지를 말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Men and melons are hard to know.)’는 말이 꼭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만 쓰이진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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