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많은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약속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존중하거나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거나 공평하게 생활하기 위한 약속들입니다. 이런 것도 수없이 많겠지만 오늘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언급해 보겠습니다.

 

오래 전 누군가 줄서기를 발명하고 약속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도로와 차선도 발명하고 지키기로 약속을 합니다. 그 차선 위에 신호등이 발명되어 우리는 마음 놓고 길을 건너거나 좌회전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운전을 하다 보면 신호 연동이 잘못되어있는 도로에서 계속 빨간불을 만나서 차를 세워야 하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차를 세우고 신호를 기다려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대한민국은 어떤지 몰라도,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신호를 어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며칠 전 제가 사는 곳에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사망사고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사고의 원인도 역시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던 승용차에 건널목을 건너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 차는 사람을 끌고 50미터 이상 더 진행하다가 겨우 섰다고 합니다. 저는 그 사람을 잘 모르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버지이고 남편이었습니다.

 

우리는 유치원에서부터 빨간불엔 서고 파란불에는 가라고 배웠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약속만 지킨다면 우리는 수많은 생명을 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건널목으로 내 가족이, 내 친구가 건너고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빨간불에 차를 안 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사고 전부터 저는 시 경찰서 홈페이지에 신호위반 카메라를 달아 달라고 글을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글을 올려야 하는 것이 너무 답답합니다. 왜 전세계가 약속한 당연한 일을 안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세금을 낭비해야 할까요. 운전면허 시험 볼 때 신호 위반한 사람이 있을까요.

 

게다가 그 카메라는 상당히 가격이 비싸다고 합니다. 전국에 달린 신호위반 카메라를 달 돈으로 공원을 짓는다면 몇 개를 지을 수 있을까요. 양로원은 몇 개를 운영할 수 있을까요.

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신호 위반에 대해 5천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리지 않을까요. 아니 저는 더 물려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은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을 지키지 않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의 위협까지 준다면 그런 일에는 막대한 벌금이나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사람의 죽음이 너무나 답답하고 억울 합니다. 새벽 4시에 산 길 신호등에서도 우리는 빨간불엔 서야 합니다. 반경 100KM 안에 사람이나 차가 전혀 없더라도 우리는 서서 파란불을 기다려야 합니다. 빨간불을 보고도 그냥 진행하는 것은 손에 칼을 들고 길에 나가서 눈을 감고 마구 휘두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 칼에 나와 내 가족이 찔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람도 차도 하나도 없는데 그냥 가면 어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고가 나려고 들면 사람도 차도 안 보인다.”

귀찮은데 그냥 얼른 지나 가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그 말에 넘어가서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면 우리 자신이 악마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부끄럽습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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