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이였다.

입력 2005-10-10 18:11 수정 2005-10-10 18:11
가끔 그러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학생 시절에 하루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항상 하는 일인데도 정말 생각하기도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근을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아직은 몸을 가누지 못 할만큼 아파보질 않아서 그랬겠지만 정작 몸이 아플 때는 죽을힘을 다해 출근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어느날 아침에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게 느껴지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날은 뭔가 핑계를 대고 그냥 하루종일 누워서 그 기분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기도 하지만 생각만 그럴 뿐이지 출근해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곤 했습니다.

하긴 막상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느 때처럼 일에 파묻혀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쩌면 저는 성실한 척을 하면서 살았었는지도 모릅니다.

 

“팀장님. 오늘은 일하기가 정말 싫어서 하루 쉬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잘 쉬세요. 내일 만납시다.”

여러분은 위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십니까?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유럽의 어느 피아노 만드는 공장에서는 근로자가 일하기 싫은 날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오히려 기분이 나쁘거나 일하기 싫은 날 출근하는 것을 회사에서 막는다고 합니다.

물론 쉰다고 해서 그의 급료가 그만큼 적게 지급되지도 않습니다.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는데 기분 나쁘거나 일하기 싫은 사람이 만든 피아노는 좋은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뿐이 아니라 우리는 가기 싫은데 가야 하거나 만나기 싫은데 만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직접적으로 거절을 하거나 싫다는 의사를 밝히기 보다는 즐거운 척, 반가운 척, 마음에 드는 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런 척들은 상대를 배려해서 하는 일이 많으므로 여러분이 자주 그런 척을 한다면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제가 싫어하는 것은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 같은 종류들인데 어쩌면 저도 간혹 이런 척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척들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이왕이면 서로를 배려하는 척들은 종종 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척들은 되도록 안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는 일도 잘난 척, 아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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