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특히 밤이면 라디오를 많이 들었습니다.

 

요즘도 학생들이 밤에 라디오를 많이 듣겠지만 사람을 붙잡아 놓는 TV와는 달리 라디오는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라디오의 드라마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했던 대사를 하나 기억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 그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끼리의 비슷한 느낌일 뿐이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종종 그 말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어디 선가 월드컵 때 가장 감동 깊었던 기억을 묻는 글을 읽었었는데 한 사람이 미국과의 경기를 꼽았습니다.

그 사람은 그 당시에 시청 앞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을용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패널티킥을 실패 했을 때 응원하던 사람들은 모두 실망하고 힘이 빠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괜찮아”를 외치며 가장 힘들어 하고 있을 이을용 선수를 위로하는 응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순간이 커다란 감동으로 밀려왔다고 합니다.

 

경기를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감독도, 관중도 아닌 선수들일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가장 힘들어 할 사람들도 선수들입니다.

우리는 종종 결과를 놓고 특정 선수들의 이름을 들먹이고 그들의 플레이를 평가하지만 아무도 그들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때 시청 앞에 있던 사람들은 패널티킥이 실패한 순간의 우리 선수들 마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나 사람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한번 돌아본다면 “괜찮아”라고 한번 더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곳은 좀더 부드럽게 공존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는 있으니까요.
제 가슴이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여러분의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익부터 따지는 문명을 버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심장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문명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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