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외면하는 주중한국영사관 - 규원사화의 외침을 다시 읽으며

입력 2012-08-02 02:58 수정 2012-08-02 02:58
중국의 외교적 결례와 한국의 무기력한 외교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우리 영해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선원들에게 우리 해경이 폭력을 당해도, 국방장관에 대한 결례를 범해도, 베이징올림픽때 중국유학생들이 한국인을 폭행해도 다시 최근에 폭로되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불법 감금 고문까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이건만, 우리 정부는 그저 조용할 뿐이다. 집에 사람이 아무도 안사는 것처럼....

최근에 폭로되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불법 감금 고문을 자행하는 중국 경찰의 무례하고도 오만함도 문제이지만,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모르는체하는 주중한국 대사관 영사관의 비굴한 태도가 더더욱 문제이다. 심지어는 어느 한국인이 천신만고 끝에 중국경찰에게 불법 감금 고문을 당한 사실을 한국영사관에 알리자, “중국에는 우리가 말해도 소용없으니, 당신이 알아서 잘 빠져나오라”고 대답했단다. 이게 어느 나라 외교관인지? 한국영사관은 중국 경찰을 옹호해주는 기관인가? 아니면 중국으로부터 급여를 받는가? 도대체 자국인을 보호하지 않는 한국영사관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제3국 외교관에게 호소를 해도, 아마 저렇게 몰인정하고 비인간적 답변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의 이전 칼럼에서도 한국의 영토인 주중한국영사관내에 머물면서 영사관을 출입하는 한국인들에게 교만방자함을 자행하는 중국경찰의 횡포와 함께 중국에 쩔쩔매는 한국영사관의 태도를 보며 걱정스런 한중관계를 언급한 바 있었지만, 너무 한심해서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그동안 필자는 우리 스스로가 창피하기도 할뿐 아니라 그래도 앞으로는 한국외교가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말을 아꼈지만, 그것은 황하강은 백년천년이 흘러도 흙탕물일 뿐이라는 백년하청이란 말 그대로인 듯하다.

규원사화란 고전이 있다. 조선 숙종 때 북애자란 이름없는 선비가 홀로 지은 우리의 신화와 고대의 역사를 수록한 뒤에 자신의 일생의 생각과 감상을 수필로 쓴 책이다.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목도하며 규원사화의 호소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슬프다! 우리 선조들의 옛 강역이 적의 손에 들어간지 이미 천여 년에 이제 그 해독이 날로 심해져 가니,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을 비통해함에 탄식을 멈출 수가 없었다...후세의 고루한 자들이 중국책에 빠져서 헛되이 사대(事大)와 존화(尊華)를 義라고 여길 뿐, 먼저 자신의 근본을 세워서 우리나라를 빛낼 줄은 알지 못하니... 어찌 천하다 하지 않겠는가! 나로서는 그저 처참하게 여길 따름이다.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어찌하여 단지 반고나 사마천의 글만을 흉내내며 옴짝달싹을 못하는가! 한(漢)나라는 한(漢)나라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인데, 어찌하여 당당한 진역(震域)3)을 꼭히 한 즉 중국에 견준 연후에야 된다는 것인가!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헛된 글에 빠져 하릴없이 쇠약해지고, 자신의 도는 버리고 송나라 유생이 뱉은 침을 곱씹으며, 자신들의 임금을 깎아 말하여 외국 신하의 몸종에 비기고 있다.



대저 근세의 지난 일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지금 세대의 추세를 그 곁에서 관찰해 보면, 큰 계책은 버리고 작은 욕심만을 꾀하며, 공동을 위한 싸움은 내팽개치고 사사로운 이익만을 도모하며, 조정을 좀먹어 이로써 가문을 다독거리며, 가난한 백성들을 약탈하여 이로써 자신들의 배를 살찌우며, 자질구레한 일들을 가져다 흐리멍텅한 눈매로 취중에 꿈 얘기하듯 하면서 쓸데없는 승부나 다투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흘러가는 형세가 마치 저무는 해와 같아서 떨치고 일어서지 못하고, 이미 스스로의 힘은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자 하고 있으니, 그 형세는 나이어린 고아가 본 바탕 마저 잃은 꼴이라 할 것이다.



후세에 만약 강한 이웃이 있어 청나라를 이어서 일어난다면, 곧 반드시 우리의 임금을 협박하고 그 신하를 꼬여 이 땅에 군림하며 이 백성들을 노예로 부릴 것이다. 오늘날 당장의 안일함에 빠져서 멍하니 아무일 없이 있다가는, 뒷날에 우리 후손들이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우는 원인이 되지 않겠는가



사대주의가 지배층의 자랑이었던 조선시대에 홀로 그 잘못을 부르짖던 이름없는 선비의 말이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조선시대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참으로 절절한 절창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이렇게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 뒷날 우리의 후손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중국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한국정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진실을 공개한 김영환씨의 용감한 고발에 찬사를 보낸다. 이제는 양국의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것이 앞으로의 바람직한 양국의 상호 우호 친선관계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뿐 아니라, 양심있는 중국인들의 발언을 기대해본다.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 주역과 도교철학을 중심으로 중국철학을 전공했으며, 중국문화 사상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저서로는『주역 왕필주』, 『왕필의 老子注』, 『術數와 수학사이의 중국문화』, 『언어의 금기로 읽는 중국문화』등이 있다. 2011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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