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숭례문, 백화점, 한강다리 - 기본 가치관의 붕괴


“사장님, 저 회사 그만 두겠습니다. 사직서는 e-mail로 보내드렸으니 확인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사장 휴대폰에 찍힌다. 어느 회사의 사장이 신입사원으로부터 받은 사표라고 한다.

 

“사용 후 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버튼을 누르시오”라는 글은 영어 공부를 잘 하자는 세계경제 10위권의 대한민국 공항 화장실에 쓰여 있는 안내문이다. 용변을 보는 외국인은 그 문장이 얼마나 궁금하고 답답할까? 두렵기까지 할 것이다.

 

“금연”이라고 쓰여 있는 어느 회사 화장실 바닥엔 담배꽁초 수십 개가 짓뭉개져 있다.

 

기본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에 산다는 게 기쁠 때도 많지만,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게 슬플 때가 있다.


국민으로써, 시민으로써, 21세기 현대인으로써 최고의 기술과 문명을 자랑하는 시대에 인간의 기본 가치와 존재 의미가 무너지고 썩고 있다.

 

어떤 나라든지 사고는 있을 수 있다. 지구촌에 곳곳에서, 수시로 자연재해도 발생하고 예측불가능의 사고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재난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원시적 대형 사고와 인재(人災)에 대해서는 분노가 들끓는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독립기념관에 불이 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남대문에 도둑이 들어도 속수무책인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가의 보물이 5시간씩 불에 타도 대책이 없다니 어이가 없다.

 

아무리 급변하는 21세기 디지털시대라고 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기본 원칙이 있고 직업 윤리가 있다. 인간의 존재 이유와 기본 가치가 무너지니까 국가적 재난이 반복되면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지도층 인사들의 무절제한 행동과 천박한 언어가 국민의 뇌리에 스며들고 있다. 국민의 정신적 공황을 유발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언(言)과 행(行)을 욕하면서 개개인이 닮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유형의 사고와 사태의 발생 이유와 배경을 들자면 한이 없겠지만, 국가적 지도자들이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리더들의 문제가 가장 크다.


 

첫째, 그들의 직업 의식과 철학의 결여이다.

애국심을 발휘하라거나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기본만 지키면 된다. 자신들의 월급과 생활경비를 누가 지원하고 있는 줄 안다면 아무리 고관대작이라 할지라도 지나친 향응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단란 주점에서 고가의 양주를 얻어 마시고, 정부 인수위원들이 보양식을 얻어 먹는 나라가 제대로 된 것인가?


남대문이 자기네 집이라면 그렇게 놓아 두었겠는가? 남대문이 자기네 보물이라면 도둑이 들만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모른 체 잠이 왔겠는가? 국가의 재물을 지키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살피는 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직자의 기본이다.

 

잘못이나 실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사고를 수습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직장인이나 가장이나, 공무원이나 똑 같은 이치로 해석되고 발휘되어야 한다. 모두의 책임이라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어찌 말로 때우려 하는가? 어찌 책임을 미루며 변명하는가? 변명할 여지가 없다.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감추지 않아야 한다.

 


둘째, 그들 스스로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급진적인 발전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업무가 개선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로 인해 국경이 무너지면서 세계적인 경쟁체제로 돌입하는 시대에 인력이 줄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각종 협회와 공단, 위원회와 자치단체 등의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고 반복되는 것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일자리가 필요해서 그 일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신설하는 것(위인설관, 爲人設官)은 그 사람 본인의 발전을 막는 것이다. 더 잘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된 역량이 있는데 그것을 발휘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혁신과 변화를 막는 걸림돌이 된다. 과감히 일을 줄이고 사람을 줄인 후, 그 일을 담당했던 사람은 더 나은 길을 찾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해야 한다. 적당히 머물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국력의 낭비이다.

 


셋째, 책임과 의무는 권한이나 권리보다 앞설 수 없다.

돈을 줘야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면 그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다. 집을 지켜야 월급을 주는 것이다. 문화재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문화재를 태웠으면 월급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상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이치이다. 고위직 한 명만 물러 나면 그뿐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먹기 살기 위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창피스러운 일이다. 열심히 일을 해야 보상이 주어지고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성과 없는 보상은 있을 수 없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배려는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연명(延命)”을 위한 기회만 늘려 주는 것이다. 무능한 자를 가르치지 않고, 게으른 사람을 채찍질하지 않으며, 근거 없는 낙관론을 제시하면서, 적당히 위로하고 외면하는 것은 위선적인 행동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일 뿐이다.

 

국민의 올바른 심판만이 지도자를 바르게 인도할 것이다.

 

 

쓰기 힘든 글을 쓰는 시간에 밝고 힘찬 글, 용기를 주고 신념을 강화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어쩔 수 없다.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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