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새로 개발한 솔루션을 판매하기 위해 경쟁사와 함께 제안 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선뜻 다가가 인사를 나누며 웃어 주는 순간에는, 그 뒤에 감추어진 전략을 알고 싶어 안달을 하면서도 못내 점잖은 체 해야 하는 자신이 미울 때가 있다.



부부끼리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있어 주는 것이 고마울 수 있다. 어르신네 생신이나 중요한 기념일에 자식으로써 해야 할 노릇을 다하지 못할 때, 서로의 요구를 말하지 않으며 슬며시 그날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안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돌아 온 딸에게 결과를 묻지 않는 건 부모로써의 예절이기도 하다. 조직 사회에서 구성원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필요한 말이나 듣고 싶은 말은 아끼고 싶을 때가 있다.





그와 반대로, 알고 싶지 않은 말을 해 놓고 화근이 되어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입 밖에 내어 쓸데없는 곤욕을 치르는 정치인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순진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공인(公人)으로써의 본분을 잊지 않아야 함을 잊은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적 전략(Political Strategy)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매사를 정치로만 해결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따른다.



회사에서나 단체에서 특정 사안을 놓고 회의를 하거나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필요한 침묵”이 있는가 하면, “침묵을 깨는 역량”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자신은 한마디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고 상대방과의 열린 의사소통을 원한다면” 자신의 의견을 먼저 피력해야 한다.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면서 자기의 생각은 표현하지 않거나 감추려 한다면, 어느 누구도 자기 생각을 밝히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부끄러운 점 하나 없이 떳떳하게 살기 힘든 현실에서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들어 내는 용기도 신뢰를 얻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그래야 조직이 살아 움직일 수 있다. 참된 지도자는 말하지 않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여 의견을 듣는 정성이나 배려도 빠뜨리지 않는다.





지위나 직책이 높아질수록 체면과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가벼운 웃음을 아끼고 해야 할 말을 아끼면서 과묵해지고, 침착해지면서 거리를 조절하게 된다. 부하직원으로부터 존경 받는 상사가 되고 싶고, 부여된 권위를 인정 받고 싶어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정작 필요한 말”조차 하지 않고서 “상대방이 그 깊은 뜻을 알아 주기를 기다리는 상사”가 있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지혜를 터득하지 못한 젊은 세대간에 발생하는 갈등은 여기서 출발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의견이나 전략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포장하여 이야기 하고, 누설하다가 진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경륜이 쌓인 어른들을 무시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들이 반복된다. 조금만 기다리거나 약간만 참았더라면 더욱 빛날 일을, 바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을 그르치는 게 안타깝다.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제멋대로 바꿔가며, 집단 내에서 조차 일관성을 잃어 버리는 경우를 본다.





그래서 지도자(Leader)가 되려면 “원활한 의사 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이 중요하다. 의사소통 능력은 미사여구로 가꾸어진 언어의 배열이나 형용사와 부사로 덧칠해진 문장으로 표현되는 게 아니다. 심오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몸과 마음을 땀으로 비벼서 체득(體得)한 결실”이 배어 있어야 한다. 가벼운 생각이나 마음의 표현이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주거나 비수를 꽂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하였거나 발랄한 생기를 내뿜으며 벤처기업을 차린 야심가들이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다. 모두들 빨리 성공하기를 바란다. 빠른 길을 묻기도 한다. 특별한 묘수(Magic Formula)를 찾는 이가 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무리를 해 가면서 “탁월한 성공”을 기대하려니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땀과 눈물의 가치를 이해하면서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Consistent Persistent)가 필요하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는 요즘이지만, 너무 다그치거나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는 심리적 공황이 더욱 깊어질까 우려된다. 긴 역사를 뒤돌아 보며, 모두들 흔들리지 않고, 침착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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