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거짓말의 진실을 아는 괴로움

입력 2004-04-01 13:03 수정 2004-04-01 13:03


“당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아침부터 난리 법석이야?”



“그렇게 없다고 쩔쩔매던 돈이 왜, 거기서 나와요?”



“아~, 그거? 그게 아니고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사실은 말이야,… …”





머리를 긁으며 머쓱한 표정으로 핑계를 대는데, 아내는 이내 뒷말을 감추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의 “얼버무리는 불편함”을 덮어 주고 싶은 아내의 아량이다.



얼떨결에 비자금을 들키고 둘러대던 거짓말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살아 온 두 사람의 “지혜의 흔적”이다. 봐 줄 만한 거짓이다.





“대표님, 요즘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요.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아까 옆 부서의 직원이 전화를 받은 것 같은데, 대표님이 요즘 하던 일을 그만 두셨다고 하면서, 자기도 잘 한다고 하면서~~, 내가 잘못 들었나~~”





뒤통수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배신이다. 그렇게 가까이 대하면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친하게 지낸다고 믿었는데, 내가 없는 사이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 남의 일을 가로 채려고 했다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자신이 사람관리를 잘못했거나, 자신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반성을 하며, 인간에 대한 실망이 극치에 이른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라고 하는 그가 - 경쟁심을 느끼는지 시기와 질투를 갖는 건지  대화를 하던 중에 알 수 없는 미묘한 이야기를 꺼낸다.



“너 요즘, 아주 잘 나간다며? 조심해라. 잘 나갈 때 조심해야 되는 거야.

특히, 사람 상대하는 일, 그거 함부로 할 게 아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너 요즘,,,”



눈빛이 달라지면서, 이상한 질문을 던지고 혼자 답하는 그에게 엉뚱한 말로 대꾸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몇 년째 놀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행간(行刊)을 읽는다. 그가 불쌍해 보인다.



“네가 그러니까 힘든 거야. 그냥 솔직히 말을 하던지,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던지 해라. 왜 빙빙 돌려 가며 거짓말은 하고 다니니? 남들이 나에 대해무슨 말을 어떻게 하길래? 그런 말 나오면 또 어떻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세상 사람들 다 나쁘지 않다. 다 좋은 사람들이야. 만나는 사람 모두 의심하면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함께 일을 할 수 있겠니?” 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이내 그런 마음도 싹 가신다.





오늘 같은 만우절에는 재미 삼아 “가짓뿌렁”을 할 수도 있고, 살다 보면 누구나 본의 아니게 거짓말도 하게 되고, 가끔 맞지 않는 핑계를 대고 나서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고의적인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무책임하게 정한 약속을 수시로 변경하면서, 신뢰를 깨뜨리는 사람이 있다. 툭하면 전화해서 “다음에 한 번 보자”고 해 놓고 몇 달씩 연락이 없다가 아쉬울 때쯤이면 또 전화를 하고…





거짓말을 할 때는 목소리의 떨림과 눈빛이 달라진다. 상대방은 얼마든지 알아 차린다. 가벼운 말과 서로 다른 행동의 이중성은 누구든지 알 수 있다.





“처음에 이 회사에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정말 아찔했습니다. 온통 거짓 투성이로 누적된 회계 장부와 비자금, 고객들과의 비리, 노조와의 뒷거래, 직원들간의 불신, 끼리끼리 어울리는 패거리 문화, …

당장 사의를 표하고 물러 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심했습니다. 쌓인 문제 풀어 가면서, 곳곳의 먼지를 청소하면서, 정도(正道)를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부딪히는 모든 문제에 정면으로 돌파했습니다. 다행히, 매달 수억 원씩 발생하던 적자가 지난 해 말부터 흑자로 돌아서고,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고객들도 늘어 나서 재미있습니다. 정말 돌아 보고 싶지 않은 지난 2~3년은 악몽이었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 와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배운 게 많습니다.”



어느 금융회사 사장의 성공 스토리를 들으며, “정직”은 “간악한 꾀”보다 훨씬 힘이 크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요즘 정치인들의 거짓된 말과 행동을 보면서, 더 큰 힘을 가진 사람들의 “꾸밈의 허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국민을 희롱하는 “어른들의 불쌍함”에 나라가 썩어가는 현실을 개탄한다. 다수의 국민들이 표를 던질 때 거짓과 진실을 제대로 분별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다수(多數)는 옳은가?



얼마만한 숫자가 다수인가?



감추어진 다수는 무의미하단 말인가?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8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50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