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연 최지우 전도연 등 최근 여성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법정 드라마는 재판정 안에서의 날선 공방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드라마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은 물론이고 변호사나 검사, 판사가 아닌 사무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변주를 하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와 새 월화미니시리즈 '캐리어를 끄는 여자', 종영된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 등은 특히 모두 여성 법조인을 내세우고 있다. 각각 진세연 최지우 전도연이 여성 법조인을 맡은 이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MBC '옥중화'의 옥녀로 열연 중인 진세연. 사진=MBC 홈페이지.



#진세연, 민초의 눈물을 아는 외지부

진세연이 MBC '옥중화'에서 맡은 옥녀는 전옥서(감옥)에서 나고 자란 미천한 신분이다. 칼을 맞고 자신을 낳다 죽은 어머니의 한을 풀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그가 택한 직업은 체탐인(첩보원) 소격서 도류(도교 의식 바탕으로 국가 제사 지내는 관직) 대행수(기업 운영) 등 다양했다.

토정 이지함이나 전우치와 같은 재능있는 자들을 전옥서에서 만난 덕에 머리가 비상하고 무예에 능한 그는 결국 외지부(조선시대 변호사)를 하게 된다. 옥녀가 외지부가 된 이유는, 살인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된 양아버지를 대신해 무고함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외지부는 쓸데없이 송사를 만든다는 이유로 국가에 의해 철폐되었던 상황이라 나설 사람이 없자 옥녀가 직접 외지부가 되어 버렸다.

진세연이 연기한 외지부는 오늘날처럼 고시를 거친 엘리트가 아니라, 미천한 신분에 가까웠다. 무지한 백성이 억울한 경우를 당할 때 대신 송사를 맡아주며 백성의 보호해주는 역할까지 해 내는 '인권의 파수꾼'인 셈이었다. 국가가 나서서 해체해버릴 정도로, 백성을 대신해 국가와 싸우는 투사였던 것이다.

25일 방송에서 옥녀가 옹주마마라는 게 밝혀졌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전까지 그는 숱한 설움을 겪으며 외지부로 거듭날 토대를 마련한다. 기생과 상인 등 당시에는 천한 신분으로 취급받던 재능있는 인물들도 외지부를 꾸리며 “더 이상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며 행복해한다.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최금주 역을 맡은 최지우. 사진=MBC 홈페이지.



#최지우, 법정은 거들 뿐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의 후속으로 26일 오후 10시 첫 방송되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최지우는 사무장을 연기한다.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가 섞여 있지만, 법적 논쟁보다는 로맨스의 비중이 더 크다. '로맨틱 코미디 전문'인 최지우의 밝고 경쾌한 연기가 이번에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최지우는 제작발표회에서 "사무장은 무대 위 주인공이 아닌 무대를 준비하는 역할"이라며 "실마리를 찾아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성공한 인물이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전락하며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설정에서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 듯 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이 최지우의 설명이다.

연출을 맡은 강대선 PD는 제작발표회에서 '굿 와이프'를 직접 언급하며 차이를 밝히기도 했다. 강 PD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굿 와이프' 초반부를 봤다. 법정 장면이 등장하는 것 외에는 '캐리어를 끄는 여자'와 완전히 다른 느낌의 드라마"라며 "주인공이 사무장이기에 차이가 크다. 사건을 조사하느라 밖으로 뛰어다니기 때문에 일반 법정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tvN '굿와이프'로 11년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전도연. 사진=tvN

#전도연, 사적 사건의 공적 변호
전도연이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해 성공을 거둔 tvN '굿 와이프'는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스캔들에 빠진 검사 남편 덕분에 전업주부 생활을 청산하고 신입 변호사가 되어 대형 로펌에 들어간 김혜경을 맡았다. 곤란에 빠진 검사의 아내인 동시에, 성 스캔들이 만천하에 알려진 남자의 아내이기도 했다.

중년의 나이에 신입이 되어야 했고, 남편과 연관된 사건들을 맡아야 해 복합적인 감정의 골을 보여줘야 했던 캐릭터다. 전도연은 법정에서의 대사를 소화하다 보면 자신의 얼굴 표정이 이상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경직된 법정 분위기와 한 여성으로서의 고뇌를 적절히 조율하며 '칸의 여왕'다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여성 법조인을 내세운 드라마가 늘어난 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 몫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법조인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 23%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남성 법조인에 비해 대우는 좋지 못한 가운데, 김영란법을 촉발시킨 '벤츠 여검사' 등 일부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여성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에 드라마의 소재로 조명되고 있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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