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양(미디어학부 1학년)은 숙명여대에 입학한 15학번 새내기다. 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 첫 해, 대학생이 된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학생회관 문구점에서 새 학기에 필요한 문구를 구입하는 일이었다. 평소에도 아기자기한 팬시와 문구를 좋아한다는 H 양은 고등학생 시절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학교 캐릭터 '눈송이'가 그려진 기념품들을 즐겨 쓰게 된 것을 들었다.

 

"대학생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애교심"이라고 운을 뗀 H 양은 "아직 1학년이지만 학교 캐릭터 상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캐릭터 마케팅이 대세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나 서울시의 타요 버스 등 캐릭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캐릭터를 활용해 친근하게 다가가는 마케팅이 떠올랐다. 캐릭터에 대한 호의를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호의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학가에서도 학생과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애교심을 고취하기 위해 캐릭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다.

 

눈꽃모양 교표를 의인화한 숙명여대의 '눈송이' 캐릭터 

재학생들에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


왼쪽부터 숙명여대 교표, 눈송이 캐릭터 구버전, 눈송이 캐릭터 신버전 / 사진=숙명여자대학교 홈페이지



숙명여대 눈송이 캐릭터는 눈꽃 모양의 숙명여대 교표를 캐릭터화한 것이다. 이 눈송이 캐릭터는 2013년에 한 차례 성형을 했다. 기존 캐릭터를 외주업체에 의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숙명인들이 직접 리뉴얼을 한 것이다. 인기 캐릭터 '몰랑이'의 디자이너 윤혜지 씨 등 시각디자인학과 09학번 동문들이 직접 숙명여대 캘리그래피와 눈송이 캐릭터 리뉴얼 작업을 했고, 성형한 눈송이 캐릭터는 재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숙명여대 눈송이 캐릭터 관련 상품과 광고 / 사진=지송인



학생회관 1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가보면 이 눈송이를 이용한 각종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여대생의 파우치를 돋보이게 해줄 손거울부터 필통, 인형, 스티커, 노트, 이어캡 등 다양하며 실제로 많은 재학생들이 눈송이 관련 상품을 갖고 있었다. 숙명인들은 SNS에 자신이 가진 눈송이 상품을 '인증'하기도 하며, 팔부분에 눈송이 캐릭터를 수놓은 눈송이 야구 잠바도 등장했다. 학교 차원에서도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각종 교내 행사 및 입학 홍보책자에도 눈송이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숙명여대 재학생 K 양(미디어학부 3학년)은 "눈송이 캐릭터는 우리 학교의 자부심"이라며 캐릭터와 학교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숙명인들은 서로를 '눈송이'라고 칭하고 있다. 같은 이름의 눈송이 캐릭터에게 애착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게 애교심으로 연결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 J 양(경영학부 2학년)은 "학교에서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데, 눈송이 캐릭터가 여고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며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예비 숙명인인 입시생들을 타깃으로 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양'글자가 만들어낸 늠름한 사자 모양의 캐릭터 마크, 교표보다 인기 많아 

한양대 '하이리온', 귀여운 사자 캐릭터로 학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왼쪽부터 한양대학교 교표, 캐릭터 마크, 사자 캐릭터 하이리온 / 사진=한양대학교 홈페이지



한양대학교 사자 모양 캐릭터 로고의 탄생은 2011년경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 깃발을 만들던 어느 한양인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디자인대학 재학생이었던 김윤식 씨는 당시에 한양대의 상징인 사자 마크가 없었던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디자인대 깃발을 구상하다 만든 습작 상태의 캐릭터 마크를 학교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 큰 주목을 받았고, 마침내 한양대학교에서 사용하는 공식 캐릭터 마크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캐릭터 마크다.

 

물론 한양대에는 깜찍한 사자 캐릭터도 존재한다. 2011년 등장했으며 교내 공모전을 통해 이름을 갖게 된 이 사자의 이름은 '하이리온(HYlion)'이다. 한양대 이니셜인 'HY'와 사자라는 뜻의 'Lion'의 합성어이다. 하이리온과 캐릭터 마크는 한양대학교 기념품 가게에서 각종 문구와 팬시 등으로 만들어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캐릭터 마크와 하이리온을 이용한 광고와 상품들 / 사진=한양대학교 홈페이지, 한양대 기념품 가게 페이스북, 한양대 디자인경영센터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단연 '한양' 글씨가 사자로 형상화된 캐릭터 마크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 L 양은 "교표나 하이리온보다는 캐릭터 마크가 재학생들 사이에서 훨씬 더 인기 있다"며 "하이리온도 귀엽지만 취향을 조금 타는 것 같다."며 의견을 밝혔다. 다른 재학생 H 군(기계공학과 2학년)은 "캐릭터 마크는 사자의 늠름한 인상을 갖고 있어 웅장하고 멋지다. 반면 하이리온은 표정이 다양하고 다양한 버전이 있어 친근하다."며 양쪽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연세대 독수리 캐릭터, 주로 스포츠 응원전에서만 쓰여 "홍보 효과 잘 모르겠다"는 평

홍익대 황소 캐릭터, 성적표에 찍혀 나와... "반기는 학생 없을 것" 웃음


윗줄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교표, 독수리 엠블럼, 독수리 캐릭터 / 사진=연세대학교 홈페이지



연세대의 상징은 독수리다. 연세대에서는 독수리를 형상화한 엠블럼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독수리 캐릭터의 존재감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근육질의 늠름한 모습을 뽐내는 이 독수리 캐릭터는 스포츠를 주제로 아이스하키, 농구, 축구하는 모습 등 여러 가지 역동적인 응용 모드가 있다.


독수리 캐릭터는 연세대학교 내 무선인터넷 안내 페이지에 사용되고 있다. / 사진=연세대학교 정책연구원



재학생 W 군(경영학과 4학년)은 "독수리 캐릭터는 주로 학교 스포츠 응원전에서 많이 쓴다"며 독수리 캐릭터가 주로 연고전 등 대학 스포츠 대항전에서 응원도구로서 많이 쓰인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반 재학생들은 교내에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때 연결 화면에서 이 캐릭터를 볼 수 있다. 그 외엔 별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며 "학교 상징이 독수리다 보니 캐릭터도 자연스레 독수리겠거니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재학생 L양(정치외교학과 1학년)은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독수리 캐릭터가 있는 줄 몰랐다"며 "이미 독수리 엠블럼이 연세대학교의 상징으로 유명한데 독수리 캐릭터가 큰 홍보효과가 있는지는 의문" 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홍익대학교 교표와 황소 캐릭터 / 사진=홍익대학교 홈페이지



홍익대의 마스코트는 바로 이 황소 캐릭터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추상화된 듯한 이 황소는 주로 펜대를 들고 있거나 화가 모자를 쓰고 만화를 그린다. 전통적으로 미술교육으로 유명한 홍익대의 명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하지만 홍익대 학생들 사이에서 이 황소의 존재감은 희박했다.

재학생인 K 양은(건축공학과 3학년) "아마 이게(황소) 우리 학교 캐릭터인 줄 모르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학교 기념품 가게에서 보긴 했지만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교표가 그려진 문구라면 모르겠지만, 황소 캐릭터 상품을 들고 다니는 학생은 별로 없다"고 황소의 인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홍익대학교는 매 학기마다 집으로 성적표를 발송한다고 한다. K 양은 "방학 때마다 날라 오는 성적표에 이 황소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며 "이 황소를 반기는 홍익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SNS에서 패러디 열풍을 이끌어냈던 카이스트의 '넙죽이'


왼쪽부터 카이스트의 교표와 카이스트 캐릭터, 통칭 ‘넙죽이’ / 사진=한국과학기술원 홈페이지, 트위터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은 지난 2014년 UI 재정비사업 명목으로 약 1억 5천만 원을 들여 로고와 심벌, 그리고 캐릭터를 재정비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캐릭터였다. 카이스트의 새 캐릭터는 2014년 말 출시가 되자마자 트위터 등 SNS를 타고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비싼 몸값에 비해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괴상한 캐릭터의 외모 때문이었다. 이 캐릭터는 일반적인 캐릭터들의 귀엽고 친숙한 모습보다는 도형을 대충 이어붙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의 상징인 납작한 그래픽을 닮은 이 캐릭터는 사람들에 의해 '넙죽이'라고 이름까지 붙었다.

 

한 트위터리안은 "사람들이 카이스트가 넙죽이 개발에 1억 5천만 원이나 써 돈 낭비를 했다며 욕을 하기 시작하자, 넙죽이는 돈값을 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이처럼 넙죽이는 SNS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내며 카이스트 홍보를 톡톡히 했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의 '넙죽이 SNS 대란'을 기억하는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처음엔 넙죽이의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놀렸지만, 계속 보니까 귀엽더라"며 "공대생의 설움 등 넙죽이를 이용한 카이스트에 대한 재미있는 패러디들이 쏟아져 나와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SNS에서 패러디 붐을 일으켰던 ‘넙죽이’ / 사진=트위터 캡처



현재 이 캐릭터는 학교 홈페이지 내에서 삭제된 상태이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이 캐릭터는 새 UI 변경 작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로고와 엠블럼을 새로 디자인하면서 부가적으로 만든 것"며 "학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일단 삭제했다. 계속 사용할지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카이스트 내 기념품 가게에서 '넙죽이'가 그려진 노트 등 기념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넙죽이가 부가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기엔 파급력은 대단했다. 2015년 게임 LoL(리그오브 레전드) 대학생 배틀에서 8강에 오른 카이스트 재학생 팀의 팀명은 바로 '넙죽이'였다. 넙죽이 팀은 지역 리그를 통과한 후의 인터뷰에서 팀의 이름을 넙죽이로 삼은 이유로 "카이스트의 새 마스코트가 넙죽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괴상하게 생겨서 사실 맘에 들지 않는다"며 사족을 덧붙이기도 했다.

 

캐릭터 마케팅은 대학의 마케팅 전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은 대학 캐릭터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개성과 소속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으며, 대학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데다 광고, 애니메이션, 인형, 문구 등 각종 기념품에 다양하게 적용시켜 보다 다채로운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중앙대의 청룡 캐릭터(좌)/성신여대 교표(우)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성신여자대학교 홈페이지



현재 대학의 캐릭터 마케팅 발전 수준은 전체적으로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대학들이 현재 홈페이지에서 각 대학들의 캐릭터를 삭제한 상태다. 한 예로 중앙대학교는 학교의 마스코트인 청룡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있었으나,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릭터가 아예 없는 대학교도 많다. 성신여대 재학생 J 양(윤리교육과 4학년)은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학생들끼리 임의적으로 수정이(성신여대생들의 호칭) 캐릭터를 만들기도 한다"며 "성신여대는 수정 모양의 교표가 예뻐서 여러 가지로 활용된다. 만약 학교 공식 캐릭터가 있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더 애착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바꾸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기왕 하는 대학생활,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애교심을 갖고 임한다면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취업률이나 학교 수능 성적 등 숫자로 나타나는 지표보다는, 나를 투영할 수 있는 대학 캐릭터가 있다면 애교심은 의외로 쉽게 솟아날지도 모른다. 대학 캐릭터의 무한한 잠재력,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지송인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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