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세’ 이 단어와 동시에 연상되는 얼굴이 있다. 2014년 ‘아빠 어디가!’라는 제목의 육아 예능을 시작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등 지상파 삼사는 육아 예능을 경쟁하듯 방송하고 있다.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귀여움과 아빠가 된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방송은 아직까지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랜선 이모’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에 함께 웃으며 대한민국의 삼촌, 이모들은 아이들에게 열광한다. 이런 육아 능을 두고 출상장려방송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직장인 이씨(27·여)는 자신을 삼둥이의 랜선이모로 자처하며, 육아 예능의 본방송을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으며, 아이들이 그려진 달력 등도 모두 구매했다고 했다.


국군의 날 삼둥이 퍼포먼스 / 사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직시하는 육아와 육아 예능이 보여주는 육아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일치할까. 리얼리티 예능 형식의 육아 예능이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육아 예능의 대부분은 아빠와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상파 삼사에서 방송하고 있는 육아 예능의 방송 포맷은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를 돌보는 형식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빠와 아이의 고충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다. 방송에 출연한 지 얼마 안 된 아빠들은 아이를 처음 혼자서 돌본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아이 또한 아빠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어색해한다. 계속해서 엄마를 찾게 되고 촬영이 끝날 즘에 등장하는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며 아이를 능숙하게 다룬다. 이렇게 육아에 서툰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 자체로 멋진 아빠의 참된 모습이자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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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육아 예능의 대부분은 아빠와 아이가 중심이 될까? 촬영 막바지에 등장하는 육아를 능숙하게 다루는 엄마들은 항상 촬영의 부수적인 부분이 되는 것일까. 육아 예능에 등장하는 아빠들은 엄마 없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힘들어하고 빨리 아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이런 방송 내용은 마치 엄마가 아이를 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빠가 아이를 시간을 내서 돌보는 것은 힘든 일이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동안 슈퍼우먼,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있었지만 방송에서는 대부분 이들을 가정보다 일을 중시하는 다소 이기적인 여성으로 그려낸다. 직장인들의 고뇌를 담은 드라마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킨 ‘미생’에서도 워킹맘은 죄인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드라마 ‘미생’을 보고 거북함을 느꼈다는 곽씨는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엄마들은 죄인이 되고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아빠들은 슈퍼맨이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미생' 영업1팀 선지영 / 사진=드라마 ‘미생’ 공식 홈페이지


결국 육아예능은 남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시각을 대변하는 예능인 것이다. 육아예능에서 보여주는 엄마와 아빠가 할 일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내용을 계속해서 시청하다 보면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다. 육아예능이 남성의 시각에서 제작되는 이유는 제작, 편집자들도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예능이 남성들의 육아에 대한 생각의 고정관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남성의 입장에서 제작되는 방송에 따라 예능이 구성되고 시청자들은 남성적 시각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회의에 참석한 이탈리아 국회의원 Licia Ronzulli / via facebook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을 보며 이른바 ‘힐링’을 하는 동안 수많은 워킹맘들의 고충은 외면당해 왔을 것이다. 슈퍼맨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 주위에는 슈퍼우먼이 존재했다. 그동안 슈퍼우먼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오지는 않았는가 생각해볼 때 이다. 예능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남성위주의 시각을 시청자들은 냉철하게 판단하고 문제의식을 지녀야 한다. 삭막한 삶 속에서 예능을 보며 웃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과연 예능이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 웃음 속에 감춰진 또 다른 편견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슈퍼맨 뒤에 감춰진 슈퍼우먼들도 웃음 짓는 사회가 된다면 진정으로 ‘대한민국, 만세!’ 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콘텐츠 공모전 입상작입니다.

박수진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저는 글을 통해 소통하고 따뜻함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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