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6만 5,000.  12일 8만 2,000.  13일 10만 3,888.  15일 12만 2,497.’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들일까? 얼핏 보면 어느 대기업의 주식 가격 같지만, 이 숫자들은 얼마 전 재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관객 수를 뜻한다. ‘이터널 선샤인’은 91개 스크린, 286회의 상영 횟수로 같은 시기에 상영되는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스크린이나 상영 횟수가 4배 이상 적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어 11월 11일에는 박스오피스 4위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추세라면 2005년 당시 개봉했을 때 관객 수인 17만 명을 돌파할 수도 있겠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한 ‘이터널 선샤인’ / 사진=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재개봉 영화의 흥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재개봉한 ‘레옹’은 4만 4,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었고, ‘러브레터’는 4만8000여 명. 올해 5월 재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최종 관객 수는 5만6000명이었는데 이는 ‘이터널 선샤인’이 재개봉하기 전까지는 재개봉영화 최대 관객 수였다. 재개봉 영화들이 많은 인기를 얻는 것을 보았을 때 앞으로 영화 시장에서 재개봉 열풍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러브레터’, ‘레옹’의 재개봉 포스터 / 사진=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재개봉 열풍을 20대도 따라가고 있었다. 20대 100명에게 재개봉 영화를 관람한 적 있냐고 물었을 때, 본 적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과반수가 넘는 61명이었다. 재개봉 영화가 스크린 수나 상영 횟수가 현재 상영작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많은 사람이 재개봉 영화를 관람한 적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대는 어떤 이유로 재개봉 영화를 관람하는 것일까?


재상영 영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 / 자료=정선민


- 원하던 영화 + 현장감 = 금상첨화

재개봉 영화를 본 적 있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아무래도 원래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개봉 당시에 보지 못해 본 사람들이었다. 거의 콘서트 티켓 예매와 같은 매진 속도를 뚫고 '이터널 선샤인'을 관람한 최 씨(21·여)는 "'이터널 선샤인'이 초등학생 때 개봉한 영화라 그때는 몰랐지만, 영화에 관심이 생기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마침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람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요즘에도 재개봉 영화가 인기 많은 이유는 VOD(주문형 비디오)로는 접할 수 없는 현장감이기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인 김 씨(22·여)는 재개봉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생생한 영화의 느낌 전달’로 꼽았다. 큰 스크린과 음향 때문에 집에서 다운 받아 보는 것보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더 즐기는 김 씨는 다운받아서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유명한 과거 영화들도 못 본 영화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재개봉 영화 덕분에 과거에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재개봉 하는 영화들은 거의 다 보러가는 편”이라고 김 씨는 말했다.

 

- 흥행의 기본은 단연 ‘작품성’

20대들이 재개봉 영화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재개봉 영화의 작품성 때문이었다. 모든 영화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작품성이다. 영화의 작품성에 의해 관객들은 영화를 볼지 안 볼지를 결정하고, 영화를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개봉 영화에 대해선 작품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재개봉 하는 영화들은 과거에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평점이 거의 만점에 수렴하는 영화이며 제77회 아카데미상 각본상, 영국 가디언지 선정 역사상 최고의 로맨스, 올해 BBC가 주관한 미국영화 100선 가운데 2000년대 이후 멜로 장르 1위를 차지한 영화이다. ‘이터널 선샤인’ 뿐 아니라 앞서 말한 ‘레옹’이나 ‘말할 수 없는 비밀’, ‘러브레터’와 같은 영화들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아마데우스' 재개봉 포스터 /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의 검증된 작품성은 관객이 전혀 정보가 없던 영화도 관람하게 한다. 지난 달 재개봉 영화 중 하나인 ‘아마데우스’를 관람한 정 씨(27세. 여)는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누가 나오는지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그녀는 “아마데우스는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영화라 영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지만 워낙 평점도 높고 명성 있다고 들은 영화기 때문에 관람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미 작품성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믿고 재개봉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시리즈, 감독 특별전, 재개봉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재개봉 영화를 즐겨보는 20대 몇몇은 시리즈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재개봉 영화를 관람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찰리채플린 특집 영화 재개봉을 통해 찰리채플린의 영화인 ‘모던타임즈’와 ‘시티라이트’를 본 정 씨(26세. 여)는 “옛날에 만들어진 흑백영화라 화질이 안 좋을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기존 필름 영화를 고화질 디지털로 복원)을 통해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하며 “워낙 예전 영화라 파일을 구하기도 힘든데 재개봉을 통해 이 영화를 볼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덧붙였다.


찰리채플린 기획전 포스터 / 사진=네이버 영화


특정 감독의 작품들을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재개봉 영화의 인기요인 중 하나였다.
지난 9월 17일부터 2주 동안 홍상수 감독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홍상수 감독전: NOW and THEN'이 씨네큐브 광화문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서면에서 진행되었다. 이 감독전에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9편이 재상영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평소 좋아해 재개봉한 영화들을 보러 갔었다는 이 씨(23세. 여)는 “기획전 덕분에 좋아하던 영화들을 한 번에 몰아볼 수 있어 좋았고,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도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답했다. 기존에 상영중인 영화들에서는 접하기 힘든 기획전이 사람들을 재개봉 영화로 이끄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전: NOW and THEN' 포스터 / 사진=네이버 영화


취재를 통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이유로 20대가 재개봉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현재 재개봉 되는 영화에 만족하기도 하였지만, 더 많고 더 다양한 영화들이 재상영 되기를 바라기도 하였다. 어느덧 20대라는 나이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스토리 텔링, 영화에 대한 ‘향수’와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이번 재개봉 영화가 흥행하는 쟁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스내커 콘텐츠 공모전 입상작입니다.

김채빈 / 정선민 한경닷컴 대학생 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2)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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