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혁명, 상사와 부하를 만족시켜라

입력 2012-01-26 09:00 수정 2012-01-26 09:00
한 해가 저물고 이런 저런 일로 사람들과 회식자리가 많아진다. 과거와 달리 회식문화는 다양해지며 많은 변화했지만 여전히 회식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회식이 직장생활의 큰 즐거움인 사람도 있지만, 회식이 고역인 사람도 있다. 늘 즐거운 사람만 즐거운 회식 말고 모두가 즐거운 회식은 없는 것일까? 방법이 문제일까? 장소가 문제일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고 참석해서 좋았던 회식의 추억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A Type : “맨 정신으로도 완전히 즐거운 회식은 없을까요?”
저는 체질상 전혀 술을 못합니다. 그래서 회식 때면 술 잘하는 사람들에게 늘 미안하죠. 제가 안 취하니까 말똥말똥한 정신의 상사에게 실수라도 할까봐 술 좋아하는 부하들도 편하게 마시라 해도 눈치를 보며 잘 못 마시는 것 같아요. 이럴 바엔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고 싶네요. 맨 정신으로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때쯤 ‘아, 잘 놀았다’라는 생각이 들게 즐거운 회식은 없을까요? 그런 회식에선 저도 후배들과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한데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nowhow : 술이 괴로운 분들은 회식 공포가 엄습하는 시기죠. 알코올 냄새 전혀 없이 오로지 맨 정신으로도 즐거운 회식문화를 정착시킨 회사들도 많습니다. 특히 노는 데는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나 레저만큼 재미있는 게 없습니다. 이를테면 볼링이나 피구, 등산 같은 전신운동도 좋고 아이스링크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는 회사도 있습니다. 스포츠는 아니지만 요즘 방송의 예능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히트곡이 많은 특정 가수 노래, 걸그룹 노래, 듀엣곡,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노래 같은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는 노래방 나들이를 통해 상사가 미리 준비한 상을 주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만족도가 아주 높을 수는 없을 겁니다. 등산이니 볼링 같은 것을 전혀 안 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르고, 해봐도 별로 재미를 못 느낀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열기를 고조시키고 즐거움이 저절로 전해지기 시작하면 거기에 적극 참여하는 직원은 대부분이 될 것입니다.

B Type : “회식비용을 좀 실속 있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희 상사는 실속 있고 합리적인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먹고 마시는 데만 쓰는 회식비용이 아깝지 않냐고 종종 그러시며, 당신도 생각해보겠지만 여직원인 제게도 회식비를 좀 실속 있게 쓰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라 하시네요. 저도 회식비가 종종 한 두 번은 안 먹고 안 마셔도 좋을 텐데, 아깝다는 생각을 하던 차라 이런 말씀이 반가웠습니다. 고민은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혹시 기발하고 좋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Knowhow : 사람들은 뭐든 일단 ‘내 몫’으로 뭘 챙겨주면 다 좋아합니다. 그래서 내 몫의 공금을 나누어 뭔가 눈에 보이는 일을 해주는 것도 만족도가 높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는 1년에 2,3회 정도는 먹고 마시는 데 쓰는 회식의 횟수를 줄인 비용으로 직원들 모두를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매장에 데리고 가서 필요한 것을 사게 합니다. 쓸 수 있는 상한선을 책정해주고 그 안에서 맘껏 고르게 해주는 거죠. 그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직원들이 자기부담을 해서라도 평소 선뜻 사지 못했던 것들을 장만하게 되어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다가 진짜 좋아한다고 하네요. 거기서 마련한 옷을 입고 날을 잡아 등산을 가거나 트레킹을 하는데 이게 바로 일석이조 회식이 되는 거죠. 또 어떤 회사는 회식을 가족끼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줍니다.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고 인증샷을 찍고 영수증을 제출하면 회식비에서 그 비용을 돌려주거나, 아예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외식상품권을 주기도 합니다. 회식문화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실용적인 회식비 지출은 큰 호응을 얻을 겁니다.

C Type : “회식주관자로서 멋쟁이 상사라는 소리 듣는 남다른 회식은 어때야 할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퇴근 후 약속도 많고 또 자기계발을 하느라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예전보다 참 바쁘게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식을 별로 반기지 않죠. 하긴 저도 20대 시절에는 회식이 별로 즐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따로 개인적인 약속이 없었어도 그냥 어렵고 피곤하게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그때 생각 하면서 회식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로 회식 주관자의 입장에서 요즘 어떻게 해야 후배들이 회식을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만 하면 제가 멋쟁이 소리도 들을 수 있겠죠?
Knowhow : 우리나라의 회식문화는 아직도 식사와 술을 즐기는 것이 대세이긴 한데, 그건 평소에도 많이 하는 일입니다. 젊은 직장인들은 늘 비슷하게 반복되는 회식의 레퍼토리 때문에 지겨워하죠. 회식주관자시라면 그냥 군말 없이 정해지는 대로 따라야 하는 보통 사원들과 달리 회식문화를 좀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있으시니 멋쟁이 소리 듣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요즘은 전시나 영화, 뮤지컬, 연극, 콘서트 같은 문화공연의 관람문화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한번쯤 문화공연관람을 크게 쏘시는 건 어떨까요? 3,40대가 많은 어떤 회사에서는 매년 비싼 장소 빌려서 하던 송년회 대신, 좋아는 하지만 선뜻 자기 돈 내고 가기 힘든 이문세나 이승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서 함께 가서 즐겼다고 합니다. 생전 처음 콘서트장에 가보았는데 그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고 40대 간부가 더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안 해봐서 즐거움을 모르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으시면 젊은 직원도 나이 지긋한 간부도 모두 좋아하실 겁니다.

D Type : “연말 회식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회식은 많지만 연말 회식은 확실히 스페셜합니다. 회식의 시기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고 장소도 좀 다른 때와 다르게 특별하고 사람들 마음가짐도 평소와 달라지다보니, 평소 안 했던 행동도 필요할 것 같네요.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것 말고, 연말 회식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을 또 다른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Knowhow : 한 해 동안 일하다보면 사람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지요. 좋은 일도 일어나지만 갈등이나 오해도 다반사입니다. 그때그때 풀지 못하고 서로 어색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많죠. 송년회 자리는 한 해 동안 쌓인 앙금을 풀기에 더 없이 좋은 자리입니다. “그땐 제가 죄송했어요.” 송년회 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을 쯤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사람의 옆자리로 옮겨가 은근하게 이렇게 털어놓을 수도 있지만, 조금 특별한 개인적 건배 제의를 통해 이런 것들을 털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건강이나 건승, 발전 이런 두루뭉술하고 천편일률적인 메시지 대신, 각자 개인이 이런 마음을 담아 건배제의를 하게 한다면 아는 사람은 아는 은밀한 사과와 화해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제가 용기가 없는 못난 사람입니다. 제 잘못으로 지난 9월에 상처를 받은 모 대리님, 오늘 저의 사과를 받아주세요. 이 해가 가기 전에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땐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대리님의 건강과 발전을 위해 건배제의를 하고 싶습니다.” 반대로 좋았던 일, 감사하고 싶었던 일을 건배제의에 담아도 좋습니다. 모든 일은 돌아서서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는데 좀 과했다”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간이 그 당시 격한 감정으로 부풀어 오른 문제의 일을 서서히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용기 있는 고백과 화해의 시간, 신뢰와 감사의 시간, 이쯤되면 송년회의 의미는 충분하겠지요?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한국마사회>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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