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화살 끝을 돌려라

입력 2011-10-18 09:00 수정 2011-10-18 09:00
우리는 오늘도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사실상 많은 일의 대부분이 사람과 잘 교류하고 소통해야 수월해진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늘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트러블의 원인은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는 나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다. 반면 타인에 대한 반응은 과민하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봐라’ 하고 있는 것처럼 갈등을 마주 했을 때 좀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조금만 물러서면 해결의 열쇠는 가까운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 갈등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한때 ‘내 탓이오’라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많았다. ‘내 탓이오’는 가톨릭의 기도문에 있는 한 구절로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자는 운동이 되어 잔잔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그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보기 힘들다. 혹시 운전 중 접촉사고가 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씁쓸하다. 누가 먼저 잘못을 했든 우선 차에 탄 사람에게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하고 안전을 묻는 게 순서인데도 그런 모습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멱살을 잡고 드잡이를 하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막말을 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우리가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가 어느덧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일단 ‘니 탓이오’가 되어버렸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갈까봐 “만만하게 보이면 안 돼. 내가 몽땅 뒤집어쓸지 몰라. 먼저 기선제압해야 돼” 하는 생각을 가진다. 이런 ‘피해의식’ 때문에 직장에도 갈등이나 오해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자기 안에서 바짝 날부터 세우게 된다. 남은 몰라볼지라도 자기 자신은 잘 알 것이다. 내 안에도 접촉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와 같은 ‘피해의식’이 그대로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길이 이 방법 안에 다 있다. 자기 안에 알지만 외면하고 싶은 ‘피해의식’을 없애는 것이다. 나를 긍정해야, 남도 긍정한다. 혹시 직장동료와 해묵은 감정이 있다면, 상사와의 갈등으로 지쳤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보자. 트러블 제공자의 초점을 동료나 상사에게서 나로 돌려보는 것이다. 동료나 상사를 바꾸는 건 영원히 어려울지 몰라도 나를 바꾸는 게 상대적으로 더 쉽기 때문이다. 내가 달라지면 갈등은 새로운 국면이 맞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왜 그랬지?’ 하는 신기한 생각마저 들지 모른다. 

#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니다
오늘 일이 있어서 부장 눈치를 보면서도 퇴근 준비를 서두르던 K대리. 갑자기 P과장이 소리친다. “오늘 오랜만에 우리 부서 단합대회하자구. 이건 ‘정모’가 아니고 일종의 ‘번개’지만 다들 참석해주리라 믿어. 간단하게 한잔씩만 하고 가자구. 오케이?” 아, K대리는 벌써부터 숙취가 밀려오는 기분이다. P과장이 말하는 간단하게 한 잔이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K대리에겐 소주 한두 잔이지만, P과장에겐 양주 한 병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술이 좀 얼근해지면 폭탄주 세례까지 서슴없는 P과장과의 술자리는 늘 고문이나 다름없다. 술 고문.
하지만 K대리가 회식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좀 더 허심탄회한 감정도 쏟아낼 수 있고 의외로 그런 자리에서 막혔던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다만 밥 먹으러 가서도 ‘술’이 주인이 되는 회식의 코스가 괴로울 뿐이다.

K대리처럼 직장에서 술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은 심심치 않다. 술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술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술 마시자 하면 지긋지긋하다. 이 문제는 두 사람 이 ‘술’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뿐이다, P과장에게 술은 인간관계의 중요한 장이다. 하지만 K대리에게 ‘술’은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는 먹을 게 못 되는 액체일 뿐이다. “왜 사람들은 술 없어도 대화는 충분히 가능한데 꼭 술에 의지해서 말하려고 하는 거지? 술 취하기 시작하면 남의 말은 안 듣고 자기 말만 할 거면서 말야” 하고 생각한다.

서로 생각이 다른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과 술을 증오하는 사람이 서로에게 ‘넌 틀렸어’ 할 게 아니라 ‘당신은 나와 다르군’ 하며 서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생각이 겹치는 부분을 찾아나가야 한다. 술자리는 갖되, 마지노선을 갖는 것이다. 상사는 평소의 부하의 주량을 알면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배려해주고, 사양의 눈치가 보이면 더 이상 권하지 말아야 한다. 술을 못하면 차라리 술에 관해서 적극적이 되는 것도 방법이다. 새롭게 술 마시는 법도 알아두었다가 소개하기도 하고, ‘왜 술 안 마시냐’ 소리 안 나오게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장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다.

누가 나의 취향이나 관점을 가지고 ‘틀렸다’고 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화살을 상대에게 겨누게 되니 갈등의 씨앗이 싹튼다. ‘나와 다르구나. 나는 이런데…’ 하며 그 차이를 내가 먼저 인정하게 되면 그 다음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감이 잡힌다. 먼저 다른 점을 인정한 후 같은 점을 찾기. 비생산적인 갈등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 친밀함은 배려를 전제로 한다
그래도 도무지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항변하고 싶은 경우도 있겠다. 사사건건 까다롭게 구는 사람, 업무 협조는 커녕 부정적으로 딴지만 거는 사람, 남에게 자기 일을 슬쩍 미루는 사람, 게으름 피우는 사람, 고집이 센 사람, 나름대로 이유 있고 명분 있게 ‘보기 싫은 사람’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은 어느 직장에나 있다.

본래 가진 성격에서 오는 문제는 쉽게 갈등이 해결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동료에게도 친구는 있다. 문제적 성격을 보인다 해도 1:1의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될 때는 그 모난 성격이 크게 완화되거나 상대방이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갈등이 덜 생기거나 갈등이 생겨도 친밀해지기 이전보다 빨리 해결된다. 친하다는 것은 내 뜻대로만 할 수 없고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갈등관계가 없어지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대략 성격이 온순하고 상대방에 대해 배려하는 동료의 경우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갈등관계에 있는 동료들과 그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조그마한 부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서로 충분한 대화만 했어도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조그만 자존심으로 큰 싸움이 된 경우지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 나중에는 점점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그러기 전에 상대방 마음의 문을 여는 최고의 길은 내가 먼저 마음을 여는 방법 밖에는 없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상대가 먼저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 때 그것을 거절하기는 쉽지가 않다. 다만 자존심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을 결코 쉽게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말에서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 마음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사람은 칭찬과 감사를 갈망한다. 진심으로 상대의 장점과 성취를 찾아서 하는 칭찬은 누구나 그 대화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남을 비난하고 못마땅해 하는 대신에 칭찬과 감사를 표하자. 갈등이나 오해, 엉킨 커뮤니케이션의 답답함이 어느덧 술술 풀려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도로교통공단>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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