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집은 조용하지 않다!

입력 2011-05-17 09:00 수정 2011-05-17 09:00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통’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고객의 마음을 몰라 소통에 실패했거나 조직 안에서 임직원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 내부의 ‘불통’은 뛰어난 인재를 뽑아놓은 조직에게는 더할 수 없는 손실이다. 서로가 가진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소통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서 위기를 맞는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조직의 창의성, 일터의 창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직원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서로를 신뢰하며 건강하고 막힘없는 피드백이 숨쉬는 협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지성과 창조성이 비로소 고객과도 소통하게 되어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을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 회의인가? 난타전인가?
픽사는 1995년 ‘토이 스토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같은 기발하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들을 10여 편 가까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전문영화사다. 픽사는 영화의 모든 스토리, 배경, 캐릭터를 외부의 도움 없이 조직 내부에서 직접 생산해낸다. 픽사가 창의적인 조직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창사 이래 조직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돕는 남다른 협력문화 덕분이다.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회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하는 특별한 위원회에서는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 격론을 벌인다. 여기서 개인의 자존심 같은 건 버려야 한다. 누구도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하거나 눈치를 보는 일은 없다.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지만 모든 회의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를 도출해낸다. 또 픽사는 매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동료 입장에서 건전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배우고 서로를 격려하는 문화는 픽사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내 머리 좋은 것만 믿거나 뽐내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거기서 가장 좋은 것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며 창의성을 맘껏 발산한 것이다.


# 앞서가기보다 조화를 생각할 때
평범한 인재라 할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는 법이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분출될 수 있으려면 두려움을 없애줘야 한다. 어떤 말을 해도 누구도 면박을 주거나 부정적인 리액션을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리더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고 그 의지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증거들이 축적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 진통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조직구성원들은 회사를 믿지 못하면 소통의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

특정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넘치면서 커뮤니케이션 역량까지 뛰어난 ‘모범생’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보다 자신과 좀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스타일로 일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빠른 학습이 잘 안 되는 동료,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동료, 이 일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동료들이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남다른 부분을 생각해낼 수 있다. 모범생들끼리 모여 일할 때와는 다른 새로운 생각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하다.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의 저자인 월리엄 더간은 기업이 천재라고 하는 소수의 인재들에게만 놀랍고 새로운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혁신은 한 명의 천재가 보여주는 원맨쇼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서로 직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창의성이 잘 발현되는 시스템을 가진 일터라면 천재가 없고 ‘범생이’들이 많지 않아도 훨씬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또 다른 말일 것이다.

요즘은 어떤 기업도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리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막혀 있거나 그러다가 결국 위기를 맞는 기업들은 조직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뭔가 피드백을 주고받고 제안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저해하는 어떤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크게 성장을 구가했던 거대 기업 IBM이 1980년대말 병들어 위기에 빠졌을 때, 새로운 최고경영자 루 거스너가 진단했던 결과도 ‘불통병’이었다. 취임하자마자 조직 간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이 되도록 힘을 쏟았던 것은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한 처방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기업의 경영층은 소통을 위한 좋은 시스템과 제도 정비, 조직구성원은 그에 대한 준비와 실행을 이어간다면 튼튼한 조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모범생 스타일이든 아니든 괴짜 스타일이든, 살짝 문제아 스타일이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뜨거운 열정과 겸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뭔가 잘해보고자 하는 열정을 가졌다면 잘 하기 위해 타인의 말을 경청할 귀를 훈련하고, 다른 의견도 인정하고 때로 마음으로 받아들일 자세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소통의 큰 한 걸음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삼성반도체>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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