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사람에게 ‘사과’ 꼭 해야 되나요?

입력 2011-03-02 09:00 수정 2011-03-02 09:00
K사원 : 일 욕심 많은 선배가 자기 일을 후배에게 은근히 떠맡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의 후배들이 한 일을 자신이 한 듯 상사에게 보고하는 걸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그런데 그 날도 선배가 자기가 해야 할 중요한 자료를 제게 부탁했는데, 좀 짜증이 나서 옆자리 동료에게 ‘이거 확 엉뚱한 걸로 줘서 애 먹일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진짜 고의는 아니었는데 좀 지난 통계자료를 주는 바람에 그걸 몰랐던 선배가 회의에서 창피를 당하고 부장님에게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회의 끝나고 선배는 고개를 못 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는데, 사실 저는 좀 속으로 고소했고 별로 사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게 왜 남한테 시키나요? 자기 일인데 꼼꼼하게 자기가 챙겼으면 그런 실수 없는 거잖아요. 일을 남에게 시킨 그 선배 책임이 더 큰 거 아닌가요?

J코치 : 자기 일을 남에게 미룬 사람에 대한 응징이 자연스럽게 되어버렸으니 속은 좀 시원하시겠네요. 고소한데 그 고소한 맛을 마음에도 없는 사과의 말로 입맛 버리고 싶지도 않으실 테구요. 일이 이렇게 되었으면 다시는 나 안 시키겠지 하는 생각도 드실 겁니다. 실수는 인정하지만 사과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경우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말이 있지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다른 사람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 나의 이런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은 콩알보다 작게 과소평가합니다. 그러다보니 잘못의 크기와 상관없이 “잘못했어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쉬워질 일도, “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건 고의적인 실수도 아니었구요” 이런다거나 “선배도 저처럼 실수하시잖아요.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말함으로써 사과는 순식간에 ‘변명’이 되어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사과해야 합니다. 그 선배와 안 볼 사이 아니라면 사과없이 그냥 지나가면 업무적으로 더 앙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누가 더 책임이 큰가를 생각하기보다, 내 책임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시면 더 수월하게 사과하실 수 있습니다.


K사원 : 그냥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정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얼굴 보고 말하기는 어렵고 싫습니다.

J코치 : 사과하는 일,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보다 더 힘든 일은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생각해보면 실수를 선뜻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런저런 그럴 수밖에 없는 핑계들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직접 얼굴 보고 말하기 싫거나, 아니면 실수는 인정해도 사과하기 어렵고 민망하니까 문자메시지로 사과하는 분이 있는데, 문자는 마음의 온기까지 제대로 전달하기 거의 힘듭니다. 형식적인 느낌, 마지못해서 하는 사과처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감정이 상해 있을 때일수록 서로 대면하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말도, 깊은 감정 배려도 타이밍을 놓치면 별로 소득이 없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은 두 가지 일 수 있습니다.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사과를 해야 좋은 일이 대부분이지만, 서로 거친 말이 오가면서 감정이 격해있으면 좀 다릅니다. 사과하는 사람이나 사과를 받는 사람이나 모두 감정적이기 쉽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다투고 난 뒤 서로 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을 때쯤 사과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까는 너무 흥분해서 생각 못했는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이런 점은 내가 심했던 것 같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화 푸세요” 이 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K사원 :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해도 한번 실수해서 말 그대로 ‘찍혔는데’ 선배가 저를 다시 좋게 볼까요?

J코치 : 사과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수 이전보다 상대방이 나를 다시 보게 합니다. 그러려면 첫째, 무작정 사과부터 하지 말고 상대방의 소리를 먼저 귀담아 들어주세요. 그가 화를 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은 화를 어느 정도 풀 수 있고 자신도 어떤 점을 사과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상대방의 상한 마음을 풀어주려는 감정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직 화가 난 상태라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삼가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말들을 적절히 골라 사용해야 합니다. 셋째,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일단 사과하는 것, 그 한 가지만 하셔야 합니다. 사과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올리려면 거기에 다른 것을 덧붙여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다른 하고 싶은 말은 추후에 따로 시간을 잡으세요. 말로 사과하고 나중에 적절한 시간에 우회적으로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 더 잘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K사원 : 그런데 여성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남자와 달리 사과를 했는데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계속 화를 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J코치 : 여성은 자신이 어떤 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일단 화나게 한 점은 미안합니다”라는 식의 사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죠. “난 정말 미처 거기까지 신경 쓰지 못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K씨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내 업무는 평소보다 일찍 끝난 상태인데, 좀 더 기다려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이런 식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 그 부분을 거론하며 사과하는 것이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입니다.


K사원 : 사과 여러 번 했는데도 화 안 푸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이럴 거면 사과 괜히 했단 생각이 들어서 제가 다시 화가 나는데요.

J코치 : 화 내시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세요. 혹시 쉽게 사과하고 자꾸 반복하는 스타일은 아닌지…. 이런 경우 잘못하면 상대가 ‘이 사람 장난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에 사과는 제대로 한번 잘하는 것이 낫습니다. 진실성이 없어보여서 다음번엔 사과를 안 받아줄 수 있으니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하죠. 사과하고 사과 받는 일이 끝나고 상대가 화를 풀었다 싶을 때라도 식사를 한번 하자고 청해서 한번쯤 ‘밥정(情)’을 쌓아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떤 다툼이든 ‘네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싸우는 것은 두 사람 모두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지요,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서로 견고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시면 됩니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삼성LED> 사보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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