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거름으로 키우는 인맥의 깊은 뿌리

입력 2010-12-21 00:00 수정 2010-12-21 00:00
오래된 한 지인 자녀의 결혼식을 잊을 수 없다. 결혼식은 화려하고 성대하기보다 이제까지 수많은 예식장에서 느껴보지 못한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호텔의 뜰에서 하는 야외예식이었는데 미리 참석 여부를 물어왔다. 하객의 이름표가 하나하나 세워진 자리에 정성이 가득한 꽃장식의 내 자리가 있었다. 하객은 백 명도 한참 안 되는 조촐한 인원이었고 축하금도 받지 않았다. 나는 조금 놀랐다. 남편이 오랜 세월 무역업을 하며 국내외에 간단치 않은 인간관계가 형성되었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하객을 초청하고 이렇게 정성이 피부로 느껴지게 대접을 하나 싶었다. 식 후에 나를 초대한 신랑의 어머니에게 물으니, 하객은 15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사람을 기준으로 초청했다고 한다. 적어도 28세 신랑의 어린 시절과 성장을 본 사람들이다. 나도 그때야 우리가 그렇게 오래된 사이라는 걸 깨닫고 새삼 놀랐다.

나는 이 결혼식을 보고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만남도, 단 한 번의 관계도 소중하게 여기며 할 수 있다면 인맥지도를 넓게 펼치는 것은 소중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넓혀가는 것 못지않게 내실 있고 깊게 이어가는 것이 사실 더 중요하다. 모르고 있던 바는 아니지만 넓혀가는 인맥에 대한 궁리가 더 많았던 근래에 잠시 잊고 있던 부분이다.

대부분 우리들 인맥 속에 놓여 있는 사람의 관계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피상적인 관계가 더 많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가 끈끈한 관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인맥을 자랑삼는 사람, 우연한 자리에서 단 한번 짧게 만났을 뿐인데 쉽게 ‘아! 나 그 사람 좀 알아!’ 하는 사람,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을 말할 때 그 시작을 ‘그 사람은 어느 대학 나오고 회사에서 직위가 어떻고 집안은 어떻고’ 하는 사람 치고 그 관계가 실속 있는 경우를 별로 못 봤다. 대부분 ‘그냥 아는 사람’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는 사람 하나 더 생겨서 명함철이 두툼해지는 것을 자랑삼는 것보다, 나를 기억하고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하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관계의 이득부터 계산하기보다 계산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믿으며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는 플러스 사이가 진짜 인맥이다. 인간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비즈니스적 이해관계가 전부인 사이라도 결국 사람의 관계는 ‘인간적인 신뢰’의 바탕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조직 내에서 신뢰를 받는 사람은 긍정적인 평판이 높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손  잡고 싶은 사람이 되어 누구라도 친하고 싶은 사람이다. 일을 맡겨놓으면 정확하게 해내는 사람, 쉽게 감정적이지 않고 나보다 팀이나 조직을 위해 손해도 볼 수 있는 사람,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거기서 자신을 개선시키는 사람, 존중하고 인정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비난보다 칭찬이 자연스러운 사람 등이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 전체가 화합 하는데 힘도 시간도 들지 않는다.

내가 비교적 사회 초년생이었던 직장생활에서 만난 연세 지긋한 상사 한분은 여간해서는 나이 젊은 말단사원에게라도 말을 놓지 않고 존대했다. 그래서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존댓말로 하다 보니 말이 거친 법이 없고 따라서 부하에게 이성적인 피드백이 더 수월하셨다. 동료들이 그 분을 신뢰했던 것은 당연하다. 나 역시 후배가 많아진 지금, 자주 그 분의 인간관계를 곱씹어 돌아본다.

이리저리 뻗어 자란 인맥 가지에서 좋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결코 조급하거나 서둘러서는 안 된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적지 않은 인내가 뒤따라야 한다. 씨 뿌리고 거두는 과정에 정성을 들이면 세상을 사는 데 든든한 후원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맥의 나무는 인위적이거나 가공되기보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가운데 더 크게 자라게 될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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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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