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vs ‘그리고’

입력 2009-01-05 09:50 수정 2008-12-30 17:39
 



‘하지만’ vs ‘그리고’

 


말은 큰 상처를 남기는 무기이다. 상대의 말은 나를 기분 좋게 하고 기쁘게도 하지만, 모욕하기도 하고 부끄럽게 만드는가 하면, 화나게도 만든다. 이런 반박이나 비판을 잘 처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설득의 승리다. 내게 불평과 불만을 가진 가시 있는 말을 잘 처리함으로써 그 사람이 가진 나에 대한 불만도보다도 호감도를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욱하는 감정이 되어 맞받아치거나 속을 부글부글 끓이면서 얼굴만 빨개지지 말고 일단 분명한 기회라는 생각을 하자. 들은 척하지도 말고 무시하지도 말고 지나치게 예민하게 발끈해서도 안 된다. 발끈해서 되받아치는 것은 당장의 감정 카타르시스는 있겠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순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직장에서는 더욱 피해야 한다.

자신이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 있을 때는 완전한 인정을 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맞아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듣고 보니 OO씨의 말이 맞네요.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좀 시간이 촉박했는데, 이제라도 좀 손을 봐야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실 만합니다.” “맞습니다. 지금 보니 제가 오해할 수 있게 일처리를 했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의 완전하고 강력한 수긍은 다소 악의적이거나 가시 돋친 비난이었다고 해도 비난한 사람의 논리를 단번에 무장해제 시킬 수 있다. 맞다는데, 인정하겠다는데, 고치겠다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하지 않다. 내게 가시 돋친 말로 비난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기란 쉽지 않지만, 한번만 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말에 돋친 가시를 단번에 빼는 특효약도 드물다.

하지만 완전히 인정할 수 없을 때는 말이 바늘이나 송곳처럼 날카로운 무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방어적 도구가 되는 말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공격적 도구가 되는 말도 있는데 이를 테면 ‘하지만’이란 말이다. 이 말은 단순히 문장이나 구절을 잇는 접속어라고만 여길 수 있지만 대화 속에서는 문장을 연결하기는커녕 부딪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문장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이 앞서 말한 것과 나중에 말한 것이 서로 배치되게 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알아요. 하지만...”

“나도 자네를 우리 팀에 넣어주고 싶어. 하지만...”

“나도 약속해주고 싶어. 하지만...”

계속 말마다 ‘하지만’을 넣어서 앞서 말한 논리와 정면에 배치되는 것을 뒤에 끄집어내는 것을 흉내만 내는 것으로도 건설적인 의사소통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이라는 단어는 상대가 말한 내용을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하지만...”이라고 했다면 실은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뜻이다. 당연히 ‘하지만’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은 저항감을 느끼게 된다.

일부러 공격적인 말을 사용해 적대감을 부추기고 말싸움에 휘말리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격적인 표현을 우호적인 표현으로 바꾸기만 해도 직장과 가정의 일상 대화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하지만’이라는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단어 대신에 ‘그리고’라는 건설적 단어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는 앞서 말한 내용을 반박하지 않고 굳건히 지지해주는 단어다. 그래서 대화가 논쟁으로 빠질 걱정 없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단어다. ‘그리고’는 각각 반대되는 의견을 동시에 수용하는 의미로 쓸 수 있고 긍정적, 부정적 소식을 모두 이끌 수 있다.

“기획서를 훌륭하게 잘 만들었네. 그리고 여기 이런 질문을 하나 추가하면 어떨까?”

“저도 마감이 어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하루나 초과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제 컴퓨터가 곧 AS가 끝날테니 그러면...”

반대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적이 되지 않고 어울리려면 ‘그리고’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가능해진다. 지금 만약 누군가와 견해 차이가 커서 말도 잘 안하고 소원한 관계에 있다면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와 그 사람 둘 다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면서 대화하지 않는지 살펴보자. ‘하지만’은 적대감을 낳고 ‘그리고’는 공감을 낳는다. 이제부터는 ‘그리고’를 사용해 서로 다른 의견을 충돌 없이 교환해보자. 상대방의 이견에 대처하는 방법을 훈련함으로써 상대방이 나를 난처하게 만들어도 내 마음을 편해진다.

비판에 대한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대처를 벗어나려면 좀 편안하면서도 이성적이 되어야 한다.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생각하여 효과적인 대처를 하면 상대방이 실수를 지적할 때에도 굳이 자신을 변명하지 않고 상대방의 논리에서도 소중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비판을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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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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