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가장 좋은 답변으로 만들어라

입력 2008-12-30 09:40 수정 2008-12-29 15:28

침묵을 가장 좋은 답변으로 만들어라

진정한 대화 기술은 알맞은 곳에 말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맞지 않는 곳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잘 참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분노를 부추기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으면 참기 어려워진다. 문제의 제공자를 발설하고 싶은 유혹도 느끼고 결실은 없지만 마음이라도 후련해지게 한마디 독하게 쏘아붙여주고 싶다. 하지만 홧김에 내뱉은 말은 두고두고 후회한다.

 

판단하지 말고 덥석 먹어버려라

“어, 선배님도 C대학 경영학과 나오셨어요? 정말 이런 데서 학교 선배와 같이 일하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보다 대선배시지만요.”

“나도 반갑네. 그러면 OOO 교수에게 배웠겠네. 그 양반 좀 악명 높지?”

“아이구, 선배님도 아시겠지만 말도 마세요. 거의 히스테리 마녀예요. 할 일이 없으신지 정말 학생들 달달 볶고, 숙제로 별 시시하고 희한한 걸 다 내주시고,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또 어찌나 깐깐하게 검사하시는지 아주 그 교수님 때문에 지긋지긋했어요.”

“그래?”

요상한 웃음을 띠고 다음에 보자는 말만 남기고 사무실로 돌아간 선배. 알 수 없다. 그 교수가 선배의 삼촌이나 이모인지. 드라마 같은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입을 열기 전에 그 말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난이나 험담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꿀꺽 삼켜버려라. 남을 험담하는 게 결국 나를 칭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혹시 상대방에 내 생각에 동조하고 험담의 대상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경솔하다는 인상은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에 대해서도 당신이 험담을 할 것이라 걱정할지도 모른다. 당신 앞에서 남의 흉을 보는 사람은 다른 데서 당신 흉도 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침묵이야말로 꼭 필요한 용기이다. 용기란 ‘단호하게 위험에 맞서게 하는 영적인 힘’을 뜻한다. 고결하게 행동하겠다는 작정을 하라. 나불대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라. 이전 상사를 쓰레기로 만드는 사람은 존경받을 수 없다. 무언가 꼭 말해야 한다면 건설적인 방향으로 하라. “그분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고 한마디 하는 것은 어떨까. 맞는 말이기도 하고 당신의 감정을 부드럽게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짧은 침묵만으로도 효과 있다

침묵이 필요한 또 다른 경우를 있다. 어떤 일로 동료나 선배가 자꾸 고집을 부릴 때다. 이럴 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라고 묻는 것은 꽤 훌륭한 설득법이다. 상대가 한 보 양보도 하지 않으려는 상황일 때 공을 상대에게 던지는 방법이다. 이것은 둘 다 이기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한마디 한 후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은 상대가 응답을 내놓을 차례다. 상대는 그때까지 고집을 부리다가도 아주 잠깐의 시간동안이라도 내 입장에서 상황을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거부하기보다는 뭔가 일이 되게 하려면 나를 돕거나 다른 원만한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의 목표를 위해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낄 것이다.

“어떻게 하자는 거지요?” 혹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는 질문과 뒤이은 침묵은 상대의 양보를 되돌려줄 수 있을 때에야 공정한 도구가 된다. 상대가 내 입장이 되어 보여준 공감을 나도 보여야 한다. 배려를 그저 이용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침묵은 세련된 말보다 더욱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설득하려 들었다면 거부의 의지만 더 확고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강하게 밀고나갈수록 상대도 고집을 부리게 마련이다. 강한 주장은 때로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나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더 많다.

 

상대가 대답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라

기준이 어떤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과의 더 좋은 약속 때문에 세 번째 약속을 깨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뭔가 유용한 자료를 받기위한 선약이었는데 상대는 자기에게 더 이로운, 혹은 더 좋은 약속이 아까워서 나와의 선약을 취소했다면? 이런저런 불가피한 변명을 죽어가는 소리로 구구하게 하겠지만 내가 아쉬운 입장이라 해서 나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한 일이 쉽게 용서가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도 잠깐 한 3초만 생각하자. 어떻게 질문하고 침묵할 것인가?

그럴 땐 나지막하고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아무리 제가 받아야 할 입장이지만 세 번이나 약속 취소를 당했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으세요?”라고 질문을 던지고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 사람은 다시 사과하며 상황 설명을 되풀이할 것이다. “다음 주말까지 일을 마쳐야 하고 더구나 다음 주중엔 연이어 계속 약속이 잡혀 있는데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그 자료를 언제 받아서 일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진 후 또다시 입을 다문다. 그 다음부터는 인내하라. 허둥지둥 입을 열어 침묵을 깨려 할 필요가 없다. 더 이상 상대에게 질질 끌려 다닐 필요도 없다.

“그럼 제가 가지러 갈까요?” “선생님 약속이 있는 가까운 곳까지 제가 갈까요?”라는 비굴한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기다려라. 긴 침묵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침묵을 견디는 능력도 중요한 능력이고 강인한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공자는 ‘침묵은 충직한 자의 좋은 친구’라고 했다. 입을 여는 것이 문제만 일으키는 상황에서는 지혜롭게 침묵하는 법을 배우라. 그러면 당신도 침묵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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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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