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양치기 소년이 산다?

입력 2008-12-23 10:30 수정 2008-12-29 15:30
  내 안의 양치기 소년이 산다?


‘아,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누구나 한번쯤은 직장에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눈치 빠른 상사들은 알면서도 속아주지만 눈치 없는 부하들은 어떻게든 뺀질거리거나 빠져나갈 궁리를 오늘도 한다. 어떻게 들통 나지 않고 끝까지 가느냐가 관건인데, 그에 쏟는 에너지의 크기는 얼마만한 것일까. 정직하게 말했다면 조금 더 달라졌을까.


꼬리가 길면 밟힌다

“저,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요~” 회식을 앞두고 상사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하는 이런 말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번 이상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 잘 알고 그런 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람도 사실은 알고 있다. ‘핑계’일 확률이 95% 이상인 것을. 누군가를 모함에 빠뜨리고 나쁜 마음을 가지고 악의적인 거짓말은 아니지만, 따지자면 분명히 거짓말에 속하는 이런 말들 이젠 너무 빤해서 다 속이 보인다는 상사도 많다.  누구나 피곤하고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사람도 많은데, 회식도 직장생활의 연장이건만 매번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빠지려고 드는 부하직원이 얄미워 정면에서 면박을 주고 싶은 것을 참는단다.

직장인들의 거짓말은 앞서 말한 대로 아프다거나 선약이 있다는 ‘핑계’ ‘둘러대기’ 같은 상황모면성 거짓말과, ‘멋있다’ ‘대단하다’ 같은 아부형 거짓말, ‘처음 듣는 얘긴데요’ 같은 오리발형, ‘맡겨만 주십시오’ 같은 호언장담형 거짓말을 주로 한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동료나 상사 등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위험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핑계성 거짓말이라고 해도 하면 는다. 그리고 꼬리가 길면 밟힌다. 습관적인 거짓말을 주위 동료가 모를 리 없다. 물증이 없을 뿐 심증은 진작부터 있는데 그 거짓말이 현장에서 들통이 나거나 발각이 될 땐 그 한 번이 당신의 조직생활에 엄청난 치명상을 일으킨다. 제사 핑계대고 회식에 빠졌다가 2차를 하고 있는 동료들과 정확히 마주친다거나, 몸이 아프단 핑계를 대고 여자친구와 극장에서 데이트를 즐기다가, 자기는 못 보고 동료가 뒷자리에서 넌지시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계속 주시했다면? 등골에 식은땀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한두 번 이런 식은 땀 나는 상황을 경험하고 다시는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꼬리 간수를 제법 잘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두 번 이상 들통이 나고도 그 ‘뺀질이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양치기 소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기 꼬리의 길이를 관리하라

‘꼬리가 긴 양치기 소년’들은 그 전력이 화려할수록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자업자득으로 된통 당하는 일이 생긴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한두 번 이상 쓰다보면 진짜 몸이 아픈 날이나 야근을 할 수 없는 날마저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하지 않았는데 양치기 소년을 키운 셈이다.

물론 조직생활의 윤활유가 될 살짝 아부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거짓말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고 기분 좋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거짓말은 다른 사람이 용인할 수 있는 정도, 말하자면 다른 동료들이 밉게 보지 않을 정도이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거짓말이라는 범주에 넣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 없이 하는 거짓말이 빈 말이다. “내가 곧 한 턱 쏠게” “언제 밥 한 끼 살게요” “술 한 잔 사겠습니다” “제가 내일 오전 중으로 전화 드릴게요” 같은 말은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지 않아서 그런지 없던 일이 되거나 대부분 지키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주류가 되는 사람들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조촐한 밥이라도 꼭 지키는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상사나 동료에게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거나 몇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쓰느니, 차라리 정직하게 말하고 면전에서 한번 된소리 듣는 것이 자신의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쓰지 않는 방법이다. 거짓말은 신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자.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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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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