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 어슴푸레 비 그친 목멱산을 향해 걷는다. 성곽길 따라 오르니 도성 밖 한강이 햇빛에 반사되어 비친다. 한강에서 부는 바람과 목멱산 정상에서 내려 온 바람이 백범광장에 멈춘다. 시원하고 청량하다. 목멱대왕이라 칭한 목멱산은 도성의 남쪽 산으로 인경산(引慶山)이라 불리었다. 마치 달리는 말이 안장을 벗는 모습으로 마뫼 라고도 했다. 아름다운 이름이다. 또한 인왕산에서 내려온 산줄기는 한강을 향해 휘어져 솟아 열경산(列慶山)이라고도 하였다. 참 지혜로운 이름들이었다.


  서울은 산과 봉으로 이어져 있다. 산과 산이 모여 마을이 되고, 봉우리와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동네가 형성되었다. 경복궁과 창덕궁, 경희궁과 경운궁, 종묘와 사직단을 성곽이 감싸고 있다. 서쪽에 인왕산, 주산인 백악산, 동쪽에 낙타산 그리고 남쪽에 목멱산 4개의 산이 한양을 감싸고 있었다. 성문과 성벽을 이어 도성을 만들어 600여 년을 지키니 서울이 되었다. 구름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과 울창한 숲을 300여 년 전 겸재 정선은 ‘목멱산도’로 표현하였다. 한강에서 바라 본 목멱산의 해 뜨는 풍경은 ‘목멱조돈’으로 그렸다. 아름다운 산과 진경산수가 바로 이곳이다.

 

목멱산(木覓山)의 도성 안과 밖은 수많은 사연이 전해온다. 숭례문 밖 칠패시장은 남대문 시장이 되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다. 성문 밖 후암시장은 한양도성 옛길에서 한강을 가는 길목에 있다. 둥글고 두터운 바위가 있는 동네로 두텁바위의 전설이 지금껏 신통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나지금이나 진달래꽃과 복숭아꽃이 가득한 목멱산 순환길에는 지혜로운 선인들의 상(像)이 가장 많다. 소월길에 소월 김정식의 소월시비, 도서관 앞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상이 시민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준다.


 

목멱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안중근 의사 상과 백범 김구 상도 있다. 젊은 나이에 하얼빈과 뤼순감옥에서 의군으로, 젊은 아버지로 조국을 위해 하늘에 별이 되었다. 그 옆에 일평생 독립을 갈구하며, 문화대국을 꿈꾸며 목숨을 바친 분도 계신다. 목멱산 성곽길은 사색의 공간이다. 조금 더 내려가면 ‘노블리제 오빌리주’의 표상, 구한말 삼한갑족(三韓甲族)의 성재 이시영 선생도 만날 수 있다.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위해 6형제의 모든 재산과 목숨을 내놓았던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목멱산 백범광장에 서면 110여 년 전 이야기가 되살아 울려 퍼지는 듯하다.


 

목멱산 정상에 오르면 서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무덥지만 시원한 바람과 빽빽한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울창한 나무사이로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만날 수 있다. 길 위에서 길을 찾듯, 산 속에서 여유를 찾아 걷는다. 목멱산은 힘들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힐링을 주는 비타민과 같은 공간이자 시간이다. 서울 도심 속 빌딩숲에서 걸어서 10여분, 고요한 목멱산을 만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다보면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도심과 일터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들려오는 수많은 소음들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소음에 내 삶을 다 내던질 순 없는 노릇이다. 이번 주엔 길 위에서 <내면의 소리>를 경청해보자. 그리고 그 소리를 담아 보고, 되새김질도 해 보면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낯설지 않은 이름, 서울의 상징 목멱산이 우리에게 지금 손을 내민다.

  “목멱산 정상까지 함께 걸어 보실래요?”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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