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로 이끌고 싶어 한다
김본부장이 인재개발원장으로 발령받은 것은 2년 전이다.
당시 인재개발원은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한직이었다.
위치도 강이 바라보이는 한적한 산 속에 위치하고 있었고,
시설 담당자를 제외하면 교육담당직원이 5명뿐이었다.
이들 중 2명은 정년 퇴직을 앞둔 고참부장이었고,
2명은 나이 많은 과장, 1명은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었다.
김본부장이 인재개발원장으로 발령이 나자,
사람들은 김본부장이 뭔가 일을 잘못해 좌천당했다고 수군거렸다.
사실 이번 인사는 김본부장이 CEO에게 간청하여 이루어졌다.
사람이 경쟁력이고 인재육성의 산실이 되어야 할 인재개발원이 하는 일도 없고
좋은 풍광을 배경으로 강의장과 숙소를 제공하는 여관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CEO는 한사코 반대했지만, 그룹의 인재육성의 틀을 굳건히 하겠다는
김본부장의 뜻을 꺽지 못해 허락을 했다.
김본부장은 5명의 직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고,
이중 3명은 현업으로 복귀시키고 현업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과장급 3명을 영입했다.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인재개발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선발형 교육을 준비하여 실시하였다.
해외 현지채용인 중 리더급 인재를 불러 그룹의 핵심가치와
리더십 교육을 추진하였다.
그룹의 핵심직무전문가 제도를 마련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핵심직무전문가들에게 사내강사 양성과정을 실시하여 지식을 공유하도록 하였다.
인재개발원 직원은 기획역량과 진단과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게 했다.
관계사 조직과 그룹의 계층별 중요 대상을 진단하여 우수 조직과
대상자는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홍보와 발탁승진을 하도록 하고,
부진한 조직과 대상자는 컨설팅과 코칭을 실시하였다.
2년이 되지 않아 인재개발원의 위상은 높아졌고,
5명이었던 교육담당은 15명으로 증가되어
그룹 인재 육성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김본부장이 3년차를 맞이하여 글로벌 인재육성의 토대를 세우려 할 때,
그룹의 정기 인사가 있었고 김본부장은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퇴직하게 되었다.
새로 인재개발원장으로 부임한 이전무는 글로벌 인재육성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인재개발원이 지금까지 추진했던 내부 인재의 경쟁력 강화 활동 보다는
인재개발원의 독립채산제를 강조하며 외부 수익사업을 추진하였다.
내부 인재육성은 기본이고, 외부 수익사업을 중요 성과지표로 선정하였다.
인재개발원은 외부 홍보와 교육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고,
점차 내부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과정은 하나 둘 사라지게 되었다.
2년 동안 추진한 선발형 리더와 직무 전문가 육성은 1년이 되지 않아
대부분 실시하지 않게 되었고,
해외 우수인재 교육과정은 새 인재개발원장이 부임하자 폐지되었다.

자신을 생각하는 리더 한 명이 바뀌면 전부 바뀐다.
사람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무슨 영향이 있겠냐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이 조직의 장이고 자신의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고 가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면 전부 바뀌게 된다.
전임자가 했던 전략과 과제를 이어간다는 것에 대부분 부정적이다.
잘해 성과를 내도 전임자의 공이 될 뿐이고,
만약 잘못해 성과가 떨어지면 전임자가 추진한 일의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게 된다.
무엇보다 전임자 보다 못난 사람으로 평가받게 된다.
문제는 전임자가 구축한 방향과 전략을 부정하고
자신의 전략과 과제를 추진해 나갈 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으로 악착 같이 따라 주는 가에 있다.
전임자가 했던 방향과 전략이 옳다면 새로운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과 전략은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생각의 벽을 깨고 해내겠다는 열정이 솟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리더가 전임자의 성과를 부정하고,
자신의 이기를 추구한다면 직원들은 하는 시늉만 하고 마음이 떠난다.
역량이 있는 직원은 하나 둘 조직을 떠나고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조직은 활력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김본부장이 떠나고, 새로 부임한 이전무의 인재개발원 독립채산제 운영 방침에 따라 외부 위탁을 실시한 후,
진단과 컨설팅을 담당한 직원들은 전원 인재개발원을 떠났다.
글로벌 인재육성을 담당한 역량 높은 직원들은
그룹을 떠나 경쟁사와 외국기업으로 이직했다.
인재개발원이 다시 여관업이 되었기 때문에 관리만 할 수 있는 사람만 남게 되었고,
1년도 되지 않아 15명의 인원은 4명만 남는 비전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였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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