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하면 아이들의 육체적인 성장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사춘기가 빨라진 것은 이런 신체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 시기의 발달적 특징을 통해 내 아이의 사춘기를 이해해 보자.

첫째, 뇌가 중요한 발달기를 통과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발달이 덜 된 상태로 태어나서 점차 완성되어간다. 특히 사춘기의 뇌는 제2의 탄생기를 맞이하게 된다. 더 많은 가지와 뿌리를 뻗는 작업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고 이후에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서 정수만 남기게 된다. 학령기 동안 별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신경회로나 신경세포는 전두엽이 새로 태어나는 청소년기에 다 솎아져 나가게 된다.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고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성취감을 맛보게 되면 아이의 뇌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둘째, 사춘기 아이들의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나는 특별한 존재이며 내 감정과 생각은 다른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믿는다. ‘개인적 우화’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착각하여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런 특징 때문이다. 타인의 관심과 주의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믿는 것은 ‘상상 속의 청중’ 이다. 사춘기가 되면 외모에 신경 쓰고 사소한 실수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상상 속의 청중’을 신경 쓰기 때문이다. 이런 자아중심성은 자라면서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점차 사라진다.

사진:픽사베이

셋째, 반항하고 대들기 시작한다. 사춘기의 반항은 어느 정도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기만의 논리가 생겨서 부모와 생각이 다르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정상적인 발달과정인 가벼운 반항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체벌 등으로 과잉 대응하게 되면 부모는 자녀와 갈등을 빚게 된다. 반대로 폭력, 고함 등 반항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이를 방치하면 때를 놓쳐 수습이 어려울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은 자기 생각이 강해지더라도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낸다. 소수의 아이만이 심각한 문제행동을 하거나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된다.


째, 수직적 대화를 거부한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를 가장 속 터지게 하는 말이 “내가 알아서 할 게”이다. “이제 방 좀 치워라”는 말에도, “스마트 폰 그만해”라는 말에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내가 알아서 할게”를 남발한다. 하지만 알아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화가 치밀어 목소리를 높이면 집안은 한바탕 전쟁터가 되고 만다. 알아서 하겠다는 말은 언젠가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엄마의 간섭을 허용하고 싶지 않다는, 독립을 선언하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주도권과 결정권을 아이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으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수직적 대화 대신 수평적 대화로 아이에게 다가가야 한다. 자녀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준 다음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늦지 않다. 부모도 세상의 모든 교훈을 부모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고, 잔소리와 비난을 통해 배운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부모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웠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중에 후회할 게 불을 보듯 뻔하더라도 아이가 결정하게 한 뒤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인생에서 부모 역할은 누구나 처음 맡아보는 배역이다. 배운 적도 없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다. 유아기에는 나름 잘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그동안 쌓아온 부모로서의 자존감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부모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격랑의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과 함께 부딪치고 상처 받으며 시행착오를 겪을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 자녀 사이의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 과정을 잘 겪고 나면 아이가 부쩍 성장하듯 부모 역시 한 뼘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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