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2] 타고나는 사람은 소수다!

입력 2006-07-06 09:15 수정 2006-07-06 09:15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그는 감독으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데뷔작 <보통 사람들>이나 히트작 <흐르는 강물처럼>은 모두 진한 삶의 감동을 일상에서 찾아낸 작품으로 많은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수채화처럼 그려낸 <흐르는 강물처럼>은 낚시에서 큰 삶의 깨달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낚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당시 ‘브래트 피트’라는 거의 무명의 젊은 배우를 영화 팬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좋은 작품이었지만, 인상적인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영화 도입부에서 보여준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작문을 가르치는 대목이다.


낚시를 종교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목사 맥클레인은 몬타나 주 강가에서 아내와 두 아들과 사는데, 그는 어린 아들이 써서 들고 온 작문을 여러 차례 퇴짜를 놓으며 마음에 들게 써올 때까지 조목조목 지적하며 돌려보낸다. 어린 아들은 힘겨운 표정이 역력했지만 군소리 한마디 안하고 다시 고쳐서 여러 차례 다시 공책을 들고 아버지의 방을 노크한다. 몇 차례 노력 끝에 결국 아버지에게 합격점을 받은 아들이 홀가분하게 방문을 나서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오래 잊혀지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아버지의 그런 노력 탓인지 장성한 두 아들 중 큰아들은 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동생은 고향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낚시를 인생 최고의 목표처럼 여기면서 사는 과정에 이 영화의 플롯은 놓여 있다.


분명 아버지는 아들들을 소위 ‘글쟁이’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살아가면서 글쓰기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잘 아는 사람임엔 틀림 없었다. 수리능력보다 글을 쓰는 능력이 삶을 더욱 더 풍요롭게 만들고 쓸모 있게 만든다는 경험으로 알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들 중에 이렇게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글쓰기를 훈련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릴 때부터 논술이나 글쓰기 지도를 받는 아이들이 많지만, 부모나 아이들 역시 가까운 미래에 있는 대입시험의 한 관문이 될 논술을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 외에 더 깊은 의미두기는 하지 않는다. 사회를 이끌 리더가 될 미래의 인재들에게 문자를 통한 자기표현이라는 중요한 능력을 어려서부터 길러준다는 의식이나, 글을 즐겨 씀으로서 자기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행복감을 배가할 수 있다는 멀리 보는 의식은 생각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왜 삶 전체의 윤택함까지 아우르는 중요한 능력이 될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제대로 된 글쓰기는 ‘생각’이나 ‘사고’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서 나온 산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글을 쓰는 일은 절대로 즉흥적일 수 없다. 음악 감상이나 영화 관람, 더 나아가 책읽기까지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글쓰기’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거듭하면서 자기 자신을 바로 잡는 인간교육이라는 면에서 글쓰기의 의미는 충분히 빛을 발한다. 자기반성은 물론이고 사물을 꿰뚫어보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예민한 판단력으로 전체와 부분을 아우르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여러 가지 훌륭한 효과 때문에 글쓰기를 지나치게 어려운 일로 생각해 처음부터 지레 겁먹을 일은 없다. 우리 교육이 오랜 시간 동안 잘못해왔던 일은 글쓰기를 지나치게 ‘특별한 행위’로 포장해 왔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글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 전문적인 공부를 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특별한 문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못 박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말과 글을 쓰며 살아온 사람들이 어디다 짧은 편지 한 장 쓰는 일도 힘들어한다.


어릴 때부터 자기 생활에 대한 ‘글쓰기’가 아닌 ‘글짓기 지도’ 때문에 문학작품을 모방하거나 어쭙잖게 말장난에 빠진 글이 좋은 글이라는 편견이 길러져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준을 가지게 된 것이다. 편지에 내 생활, 내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내려 하기보다는 편지 도입부에서 날씨를 곁들인 멋들어진 첫인사를 해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맞추려 한다거나, 조금 더 상징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을 찾느라 애쓰기만 하다가 ‘역시 글쓰기는 어려워’ 하고 만다.


그것은 ‘좋은 글’이 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좋은 글에 대한 생각이 잘못되어 있는 탓도 크다. 문학적 표현이나 조금 관념적인 표현이 들어가야 멋스러운 글이 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우리 머리 속에 떠나지 않는 고약한 고정관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보통 사람도 책을 내는 세상에 나는 여전히 글 쓰는 일이 어렵기만 하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좋은 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글쓰기가 쉬워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좋은 글은 누구나 읽어서 알기 쉬운 말로 쓴 글이다. 글을 깨친 어린이부터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르신들까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할 줄 알고 우리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글이다. 아무리 화려한 수사와 아름다운 표현이 많은 글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활이나 삶과 동떨어진 글은 관념에 머무르기 쉽다. 꾸며 쓰지 않고 느낌대로 쓴 글, 정직하고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다. 그런 글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며 글쓴이의 격을 드러낸다.


미국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관문이 ‘에세이 쓰기’라고 한다. 국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에세이에 해당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에세이는 응시자의 원서 가운데 유일하게 지원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서류로, 성적에서는 볼  수 없는 지원자의 인격이나 가치관이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과 맞아떨어지는지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A4용지 1쪽 분량 정도의 에세이를 요구한다. 대학에 따라서는 에세이를 3편 이상 써야 하는 곳도 있다.


에세이는 무엇보다 글쓴이를 얼마만큼 잘 드러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가운데 좋은 평가를 받는 글은 가장 솔직하고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냈을 때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떤 경험으로 자신이 인간적으로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글쓰기 연습을 통해 훈련되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버리자. 탁월하게 글 잘 쓰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글 잘 쓰기는 특별한 능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생각과 그것을 담아낼 적당한 그릇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반복하고 훈련하여 다듬어가는 과정만 있으면 된다.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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