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행 중에 넘어졌다. 내려오다가 나무뿌리에 걸린 것이다. 십 년 가까이 매일 오르내리는 산인데 내리막길에서 굴러 떨어져 그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몸이 구르는 순간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쿵!’ 하고 떨어졌다. 할아버지 한 분이 나무에 등을 대고 쉬고 있는데 필자가 그 앞에 떨어진 것이다. 충격에 일어나지 못하고 눈만 뜨고 있었다. 정신은 들었지만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그 때 할아버지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정신이 들었소?”

“일어날 수 있겠어요?”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네. 어르신, 미안해요. 지금 못 일어나겠어요.”

 할아버지는 계속 말을 하며 상태를 알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일어나려 할 때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어 잡아 주었다. 일어나서야 할아버지를 제대로 보았는데 몸 한 쪽이 불편한 반신불수 상태였다. 그래서 바로 돕지 못하고 계속 말을 걸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상태가 될 때 까지 한 발 한 발 다가온 것이었다.

할아버지도 이 산에서 세 번을 넘어졌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정말 괜찮아요?”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질 때 할아버지가 해 준 이 말이 따뜻한 느낌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강사로서, 글 쓰는 이로서, 또 주부로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난다. 강의를 들은 사람은 컨설팅을 요청하기도 하고 글 쓰는 이로서는 자신의 이야기라며 일부러 말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실 공감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때도 있다. 공감이 되는 것은 누구나 살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 필자가 겪었던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며 물개박수를 치기도 했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기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타자 마음의 문제’라고 한다. 심리학자 ‘립스’는 타자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내 마음이 상대방의 마음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의 입장이나 상황으로 자신을 투사하여 심적 상태가 어떠할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공감’인 것이다.

 필자 소식을 듣고 주변 반응이 두 가지로 나타났다. 한 가지는 “조심 좀 하지. 스스로 넘어 지셨다던데.”와 “괜찮아? 많이 안 다쳐 다행이다. 그래도 치료 잘 받아야해.”다. 전자는 넘어져 다친 적이 없는 사람들이 한 말이다. 후자는 넘어져 본 사람들이다. 넘어져 본 사람들은 공감했고 후유증까지 염려해 주었다.

 그렇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주 넘어진다. 더구나 넘어질 일이 참 많다. 입시에서 넘어지고 취업에서 넘어지고, 직장에서 또 결혼해서도 넘어진다. 그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매일 그리고 한 사람 사이에서도 여러 번 씩 넘어지기 일쑤다.

 필자가 이번에 넘어져 보니 깨달은 게 많은 것 같다. 며칠간 꼼짝 못하고 누워 지냈는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괜찮은지 묻고 약과 끼니를 챙기는 것 모두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 때 친정엄마가 넋두리처럼 늘 하던 말이 떠올랐다.

 “남편이 아무것도 못하고 방 안에서 기침만 하고 있어도 남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남편 없이 홀로 버텨낸 삶에 대한 설움이 깊이 느껴지는 말이다.

 5월 21일.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의미를 찾아보니 가정을 생각하는 5월에 부부 두 사람을 가리키는 ‘2’와 한 사람이 되라는 ‘1’이 나란히 있는 5월 21일이 부부의 날로 지정된 것이라고 한다. 결국 <1+1=1>이란 것이다.

 평소 우리 부부는 하나하나씩 각각 둘이었다. 그런데 둘 중 하나가 넘어지니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 결국 넘어져봐야 그 진가를 아는 것이다!

오늘,  당신에게 묻고 싶다.

“정말 괜찮아요?”

Ⓒ20190521이지수(jslee3082@naver.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