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세 가지 이야기-꽃과나무, 바람, 비

입력 2006-03-22 09:34 수정 2006-03-22 09:50
칼럼니스트로부터...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바야흐로 봄입니다. 봄에 어울리는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합니다. 

원고 파일 정리를 하다가 봄향기에 걸맞는 원고를 발견하고 후다닥 올립니다.

살아 있음을 내보이다 - 꽃과 나무/부드러움에 마음을 열다 - 바람/삶은 언제나 목마르다 - 비...

이렇듯 화창한 봄날의 기운, 듬뿍 맛보시기 바라며...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 충정로에서...전미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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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세 가지 이야기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 속에 자리잡은 명절인 한가위 보고 '일년 내내 오늘만 같아라' 한다던가? 하지만 봄이 한창 무르익은 이즈음, 역시 일년 내내 계절이 딱 이 정도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래도 보통 얇은 긴소매 옷 한 장만 입기 좋은 계절이다. 무더위는 '아직'이고 낮에도 밤에도 활동하기 좋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봄, 그 한가운데 푹 빠져본다.
 
살아 있음을 내보이다 - 꽃과 나무
도무지 어디서 그런 기운이 있었는가 싶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그렇게 물이 오른 끝에 싹은 난다. 팍팍하게 메마른 가지에서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꽃부터 온다. 싹이 트면 푸른 잎이 돋아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봄엔 이상하게 꽃이 먼저 달려온다. 저 아랫녘부터 봄꽃 소식이 서서히 올라올 때 연일 각 신문의 섹션은 꽃 여행지 소개로 도배를 한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꽃 축제가 사람들을 손짓하고 사람들은 어디를 갈까 행복한 고민에 잠시 바지기도 한다.


꽃이 지나간 자리에 물감이 번지듯 퍼지는 신록의 기운은 또 얼마나 마음 설레게 하는가. 꽃처럼 아름다운 몽글몽글한 연둣빛 향연은 아직도 꽃이 머문 자리에 조화롭게 어울리며 감탄을 자아낸다. 가장 아름다운 수채화 한 장을 보는 것과 같다. 이것은 겨우내 움츠린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위로한다. 그 활기와 생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봄꽃 명소에는 늘 그렇게 사람이 붐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꽃과 나무만 보고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사람에게서 활기와 생기와 즐거움을 보고 싶어하고 전염되고 싶어한다. 생기 있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기운을 차리고 깊은 마음의 우물 속에서 어떤 열정을 길어 오르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으로 발 딛을 틈이 없을 것이 분명한 관광지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인지 모른다. 거기서 꽃구경에 빠지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을 보고 자신도 활기를 돌아오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늘 꽃빛도 푸른빛도 아닐 수 있다. 꽃도 나무도 겨우내 모두 무채색이었고 우리에게 무언가를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것들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있다는 건 겉으로 요란스럽지 않아도 늘 안에서 단단한 준비와 채비를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를 갈고 닦아 꽃필 기회를 꽃필 시간을 놓치지 않고 활짝 만개하는 것이다. 나의 활짝 핀 봄을 위한 준비는 오늘도 차곡차곡 할 필요가 있다. 

 

부드러움에 마음을 열다 - 바람
올 봄, 황사로 인해 '바람'이라면 몸서리를 낼 사람이 적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꽃을 흔들고 나무를 흔들고 사람의 치마 자락을 흔드는 바람이 없는 봄은 심심하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은 매력적인 봄 풍경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힐 것이다. 그 바람을 맞으며 꽃잎 떨어지는 나무 아래 서 있는 황홀경은 거기에 알맞은 어떤 표현을 쉽사리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갑자기 이즈음에서 떠오르는 우화 하나. 햇님과 바람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매서운 바람이 아무리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애를 써도 나그네는 몸을 더 움츠리고 옷깃을 더 여민다. 그러나 햇님이 그 열과 빛을 쪼이자 옷을 벗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이 이야기에 문득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그 바람이 매서운 폭풍이 아니라 부드러운 '훈풍'이었다고 해도 나그네는 그 무거운 외투를 벗지 않았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왠지 금방 벗었을 것만 같다.

 

사람은 따뜻한 것에 못지 않게 부드러움에 무장해제 당하기 쉽다. 특히 한국사람들이 '부드러움'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우리나라 대부분의 광고 카피에 '부드럽다'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는 한 연구 결과가 있다. 식음료나 과자류는 물론이고 화장품, 세제, 주류, 자동차와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온통 '부드럽다'로 치장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일본인들이 '예리함, 날카로움'을 좋아하는 문화적, 역사적 배경까지 언급하고 있다.


올 봄부터는 봄바람같이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근사하지 않을까. 친절한 것, 이해하려고 하는 것, 삶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겸손함을 가지는 것, 온화하고 남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 스스로 낮추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사람, 늘 말씨와 행동에서조차 따뜻함이 배어나는 사람, 그러나 나약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은 그런 모습으로 거듭 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부드러움이다.

 

삶은 언제나 목마르다 - 비
긴 봄 가뭄을 완전하게 해갈시켜 주는 비가 내렸다고 그 모든 뉴스의 아나운서는 전했다. 굵은 빗줄기가 보는 사람의 목줄기마저 시원하게 적셔주는 느낌이었고, 멀리 보이는 산은 그 푸른빛이 한결 짙어진 것만 같다. 녹색 구름을 맞을 기대로 꽃들은 긴장한다. 오랜 건조함으로 버석버석 소리를 내던 그 모든 것들이 물기를 머금고 깨끗해져 흐뭇한 표정이다.


우리의 24절기 중에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는 즈음에 내리는 비니 이보다 더 값질 수 없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말라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도 있는데, 한 해 농사가 다시금 풍성하게 열매맺을 것 같은 예감을 가져온다.


아무리 기우제를 지낸다 해도 사람이 필요에 따라서 비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 그런데 정말 인공적으로 필요한 지역에 비를 뿌릴 수 있는 세상이 곧 온다는 방송이 있었다. 실험에 성공했다는 말과 함께.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어지럼증마저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론 인간이 필요할 때 비를 내리게 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혔는데 그 무엇을 못하랴 싶다.


생명, 삶이란 어려워도 기대에 찬 꿈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지 않은가? 목마르게 비를 기다려온 땅처럼 단비는 희망이며 미래다. 너도나도 먹고살기에만 바빠 옆도 뒤도 돌아볼 틈 없는 삶이 문득 고단하게 느껴질 무렵, 오랜 가뭄 끝에 오시는 단비 같은 이벤트를 저마다 꿈꾸는 것이 요즘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누군가 준비해줘서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이벤트를 꿈꾸는 일은 행복하지만, 내 스스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도 꽤 맛좋은 사건이 되고도 남는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봄비처럼 나를 적시고 타인까지 흠뻑 젖게 만드는 촉촉한 삶의 이벤트, 그 이벤트의 주최자로 사는 것은 어떤가. 올 봄, 내가 만든 나만의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CMI(커리어 매니지먼트 이노베이션)연구소 대표.
자기계발, 경력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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