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을 찾아 나선다. 땅 끝 마을 해남에서 바다 건너 제주(濟州)를 향해 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디일까. 백두대간의 끝 지리산을 따라 바다 밑까지 연결된 1,950m 한라산(漢拏山)이다. 100여 년 전에는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제주는 신비의 땅이었다. 육지와 동떨어진 섬나라이었다. 역사 속에 전해 온 그대로 탐라(耽羅)다.


  제주로 가는 길은 많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따뜻한 도시, 청정한 도시를 만날 수 있다. 100여 년 전 육로를 통해 걷다가 제주로 가는 최단거리 항구에서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다. 거친 바람과 물 때 그리고 파도가 가장 큰 변수였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잔잔해지는 바다를 보고, 가장 안전한 해로를 찾아 나선다. 해남 이진에서 완도 노화도를 지나 추자도에 머물며 제주 별도포로 향한다. 도착한 제주는 유채꽃과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핀 고요한 별천지다.

 

제주항이 없던 때 제주 별도포, 화북(禾北)에서 제주성(濟州城)으로 향했다. 제주에는 동서남북 해안가를 따라 성이 펼쳐져 있다. 환해장성이라 불리었다. 제주 3읍성과 주요한 항구 9진에 걸쳐 성벽과 성곽이 있었다. 삼별초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진 항파두리성, 최영 장군의 사당이 있는 명월성, 추사 김정희 선생이 머물던 대정성이 역사 속 그대로 있다. 또한 성읍마을 정의성과 별방성이 있다. 조선 15대 왕 광해군이 15년 재위 후 강화도, 교동도, 태안을 거쳐 제주도로 유배와 해배 없이 숨을 거둔다. 제주도에 유배 온 첫 임금이자 마지막 왕 광해는 67세의 나이에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제주는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성곽 도시이다. 성산일출부터 사봉 낙조까지 영주10경(瀛洲十景)이 한눈에 펼쳐진 아름다운 도시다. 영구춘화와 정방하폭까지 봄에서 여름까지 지상낙원이요 별유천지다. 한라산에서 산방산 그리고 송악산까지 어디를 걸어가도 아름다운 명승지다. 곳곳에 성곽의 도시답게 돌이 많다. 성벽과 성돌이 돌담으로 변했다. 바람이 많아 돌담을 쌓아 곡식을 길렀다. 가뭄이 깊고 물이 부족했지만 또 다른 과채를 만들었다. 제주 3다(多)의 모습이다.

 

산천단(山川壇) 8그루 곰솔을 품에 안고 사색의 길을 걷는다. 이끼 낀 비석과 제단을 뒤로한 채 제주 성안 오현단(五賢壇)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그 옛날 성현들은 어떤 모습으로 제주를 그렸을까. 문득 이 길 위에서 또 다른 나를 찾아본다.


  5월엔 두 다리란 운송 수단을 빌려서 걸어보자.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의 4분의 1을 걷기에 쓴다고 한다. 책이나 TV나 또는 인터넷으로 세상을 만나지 말고 걸어서 가면서 직접 다리로 만나보자. 아울러 걷는 즐거움도 소소한 행복도 만지작 거려보자. 그러자면 느리게 걸어보자. 느림이 주는 <여유감>에 푹 빠져 보자. <사색의 길>은 그래서 좋다.



<최철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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