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나 코칭을 할 때 듣는 질문이 있다. “전문가 이야기라도 제 생각과 맞지 않은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들어야 하나요?”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상충될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조직생활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필자가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있다. 1960년대 중반 예일대학교에 프레드릭 스미스라는 학생이 있었다. 경제학을 수강하던 이 학생은 이전에 없었던 물류시스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자전거 바퀴 중심축(허브)같은 역할을 할 지역을 선정해 화물을 집결시킨 후 그곳에서 재분류한 화물을 다시 주변지역으로 자전거 바퀴살(스포크)처럼 펼쳐지는 모양새로 배송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는 이 새로운 방식이 익일 배송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경제학 교수는 C학점을 주었다. 최단 거리를 수송하는 기존 방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아이디어라고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C학점짜리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해 당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페덱스(Fedex)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도 종종 함정에 빠지고 만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에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원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으로 통상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을 가리킨다. 성공한 사람들의 과도한 신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공 가운데 실패가 있어야 균형감각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특효약이 될 수 있다.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에서 자신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고 있던 닐 블루멘탈이 인터넷으로 안경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려 하는데 투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와비파커> 를 창업하기 전 사업구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는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그는 그것이 잘 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자동 평형(Self-balancing) 기능을 갖춘 개인용 이용수단인 세그웨이(Segway)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다. 시제품에 마음을 빼앗긴 스티브 잡스는  “PC가 발명된 이래로 가장 놀라운 기술 제품의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회사 지분 10퍼센트에  6,3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한편, 제프 베조스는 “혁명적인 제품이다. 판매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그렇다면 전문가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까? 먼저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전문가 이야기가 평소 나의 생각이나 신념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살펴봐야 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비판하기 앞서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질문 없는 학교, 질문 없는 조직에 익숙해져 있다. 이제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전문가의 의도를 묻는 열린 사회,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사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이론이나 사례를 볼 때 관점의 스펙트럼을 가능한 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이라 하더라도 수용성이 커지게 된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은 다 변한다>는 말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관점을 전환해 보자. 아울러 자신을 성찰해 보는 기회를 만든다면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방향성을 잡고 성장하는 데 매우 유익할 것이다.

  나의 것만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상대방의 의견과 나의 의견을 융합해서 새로운 의견을 만들어 냈으면 한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융합의 시대이다. 통상 <사일로 현상>처럼 분리되어 있으면 융합이 어려워지고 변화에 대응이 곤란하다. “중독에서 벗어났을 때에만 변화할 수 있다”는 조 디스펜자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에 따르면 변화의 과정은 우선 페기학습(Unlearning) 후 다시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결국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린 자세가 관건이다. 나의 의견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듯이 전문가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존중하고 순수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조화롭게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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