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제1미션, 거실 살리기.

입력 2012-11-06 06:31 수정 2012-11-06 06:31


집수리를 위해 노후주택을 방문하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30-40년 사이에 우리네 생활의 패턴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어 화장실이 실내로 들어오게 된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이다. 연탄 대신에 석유와 가스가 취사 및 난방 연료로 사용되면서 부엌의 구조가 부뚜막을 가진 재래식에서 입식 부엌으로 바뀐지도 벌써 40~50년 전 일이다. 그런데 노후주택에서 아직도 바뀌지 않은 공간구조가 남아 있다. 바로 ‘거실’.



현대적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볼 때 노후주택의 거실은 제기능을 못하는 애매모호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지금에 비하면 크기도 작을뿐더러, 주변의 방들과 연결되어 있어 통로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현관까지도 거실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장시간동안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못된다. 외기가 바로 침투해 들어오며, 바닥에 난방을 깔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겨울에는 아예 발 디디기가 힘들다. 소위 말하는 ‘냉골’이다. 식구들끼리 밥이라도 함께 먹으려면, 전기스토브를 두 개쯤 연결하고, 두툼한 방석이라도 깔아야 한다.



아파트의 거실문화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노후주택의 ‘거실’은 이제 낯설고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전락하였다. 아파트에서의 거실은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크기면에 있어서도 집에서 제일 크다. 여기에서 가족들은 가장 오랜시간 함께 머무르며, 손님들이 왔을 때는 접대의 장소가 된다. 그렇기에 거실은 집주인의 얼굴과 같은 공간이다. 편안한 소파에 기대앉아 대형 TV화면을 즐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TV를 없애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책을 보거나 두런두런 일상의 얘기를 나누는 가족단란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거실은 단지 집안의 스쳐지나가는 공간일 수 없다. 가족이 모이고, 가족끼리의 마음을 나누고, 친구나 친지와 함께 교류하는 공간이다. 남편들에게는 주말 휴식의 공간이 되며, 아내들에게는 수다와 여유로운 시간이 담긴 카페 공간이 되며,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취미활동의 공간이 된다. 거실에서의 화목한 생활이 건강한 가정을 키워나가며, 화목한 가정들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거실을 살려야 한다.



노후주택의 집수리에서도 제1미션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로 ‘독립된 거실 공간’의 확보이다. 하지만 기존의 넉넉하지 못한 집구조에서 당장에 거실을 확장시키고, 독립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 벽을 철거해내고,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소파나 TV를 둘 수 있는 최소한 두면 이상의 벽면을 확보해야 한다. 거기에 덧붙여 한쪽 면은 밖을 내다보거나, 데크 혹은 정원으로 연결되는 넓은 창이나 유리문을 두어야 한다.



지금까지 작업한 집수리 사례 중에서 많은 경우 거실에 폴딩도어(접이식 문)를 적용하였다. 날씨가 좋을 때는 문을 접어 열어젖힘으로 목재 데크가 있는 외부공간과 바로 연계되어 다양한 행위가 일어난다. 한편으로 거실의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미니 서재를 꾸민 사례도 있다. 혹은 거실 안쪽으로 쓰임새가 떨어지는 공간 일부에 유리벽을 구획하여 게임방이나 아이들의 놀이방을 부여하자, 가족간의 소통이 한층 활발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실을 서재와 겸하여 쓸 수 있도록 멋진 서가를 꾸며놓은 집도 있다. 이처럼 각각의 집마다 거주자들의 생활욕구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니, 거실 공간은 가족들의 생활 중심이 된다.

(글:이승헌)
현재 인테리어 설계.감리.교육 전문 업체인 인테리어아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인테리어 아트 연구소와 부산 경매 교육 센터 등에서 홈스테이징(Home Staging)과 인테리어 실무 강사를 역임하고 있다. 국립 부경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으며, 인테리어 연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부동산과 리모델링 융합 기술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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