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사 할 건데 너무 실망했어!”

“왜요?”

“<구경하는 집>하고 너무 달라서.”

“아!”

 지인이 한 말이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곧 입주할 예정이다. 최종 마감 확인을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감재를 보고 큰 실망을 한 것이다. 그 이유가 분양 전 ‘구경하는 집’ 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마 전 일이다. 집 앞에 서서 픽업할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혹시, 이 집 주인이 바뀌었나요?”

“아닙니다. 왜 그러세요?”

“원래 이 집 아주머니가 부지런해서 봄이 되면 꽃을 심고 워낙 집을 잘 가꾸었는데, 요새 그 아주머니가 도통 일을 안해서요. 제가 때마다 사진 찍으러 오거든요!”

“아!”

 약간의 충격(?)이었다. 누군가 필자 정원을 보아주고 기다려 주다니. 나 좋으라고 정성들인 것인데 말이다. 한편으론 필자를 알아보지 못해 안심했다. 마스크와 모자를 둘러쓰고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아저씨에게 필자 집은 <구경하는 집>이 아니었나 싶다.

 ‘구경하는 집’은 <견본 주택>을 말한다. 사전에 따르면 ‘견본 주택은 건축업자가 소비자에게 집을 팔기 위해 본보기로 먼저 신축한 집’이라고 한다. 일명 모델하우스와 본보기 집 또는 주택으로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쇼 하우스 Show House'로 지칭한다. 한마디로 보여주고 팔기 위한 집이다.

 사는 동네가 전원주택 마을이다 보니 봄이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제법 북적인다. 언젠가 우리 동네 <구경하는 집> 대표 격인 집을 꼽아 보았다. (순전히 필자 안목이다) 일단 내부를 볼 수 없으니 특별한 기준이 없다. 밖에서 보아 “예쁘다!”고 생각이 드는 집이다.

 세 집 정도가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집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 나왔고, 드라마 속 집 이름을 팻말로 달아두어 눈에 띈다. 다른 두 집도 나무와 꽃이 어울려 눈에 띄게 아름답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었다. 조경사들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매일 주인이 직접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집은 ‘Help’가 아니라 ‘Self’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인생 후르츠>를 봤다. <인생 후르츠>는 90세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와 87세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의 ‘슬로우 라이프’와 그 배경을 하나씩 풀어 주는 다큐멘터리다. 이 부부 나이를 합치면 177살이다. 혼자 살아온 세월보다 긴 65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다. 이 부부를 보며 노후에 대한 많은 생각을 바꿀 수 있었고 잠시나마 힐링도 됐다. “돈보다 사람!”이라는 부부 인생철학이 아직도 잔잔하게 남아있다.

 건축가로서 재능 기부를 하며 매주 친구들에게 보내는 손 편지. 심지어 자신들이 물건을 사준 마트 주인들에게 일일이 보내는 감사 손 편지들은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다. 집 정원에서 얻은 농산물과 과일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낸다. 바람에 떨어진 낙엽을 긁어모아 땅의 흙 한 줌을 살리는 것까지 후대를 위한 수고였다. 이 모든 게 <사람>이 우선인 것이다.

 어쩌면 누구나 다 알지만 하지 못하고 안하는 우리 모습을 이 영화는 되짚게 해 준다. 열다섯 평쯤 되는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이 양식을 먹고 한 사람은 일반 가정식을 먹는 것은 필자 집도 마찬가지다. 식탁 위치를 두고 “살짝 조금만 안으로” “살짝 조금만 바깥으로” 당기려는 것도 우리 부부와 같아 웃음이 난다. 그렇지만 자신의 뜻대로 이끌려고 하지 않는 부부 모습에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결혼하면 남편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제대로 된 것을 입히고, 제대로 된 것을 먹이고 그래서 남편이 좋아지면 돌아서 결국 나에게 온다. 그렇게 배우며 컸죠.”

 가슴에 가장 와 닿는 말이다. 필자 할머니와 친정엄마도 늘 했던 말이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행동보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를 보면 할머니의 ‘사람 중 사람’은 남편 슈이치 할아버지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슈이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얼마나 지극히 생각하고 아꼈는지 알 수 있는 말이 있다.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항상 셀프 라이프를 강조하였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날 줄 예견했던 것 같다.)

이 영화 명대사 중 하나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우리는 도화지에 집을 그릴 때 지붕 먼저 줄긋기를 시작한다.  출발선이 지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지붕 보다 기초 작업이 먼저인데 말이다.  그래선지 집하면 마치 집 평수와 어느 동네에 사는지가 중요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집은 위치와 넓이가 아닌 ‘누구와 어떻게 사는 지’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남편 삼식 씨에게 평소보다 더 맛있는 반찬을 대접해야겠다. 아직 못 받았지만. 살다보면 언젠가! 나한테 돌아올 보상(?)을 믿고 싶다!

인생 후르츠!

 누구나 바라지만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오늘 또 나만의 인생 후르츠를 만들어간다.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 배고프다.”

‘그래, 이게 내 인생 후르츠지...’

Ⓒ20190408이지수(jslee30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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