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경제학자의 치명적인 오판 - 케네의 오류

 

18세기 중반에 프랑스에는 프랑수아 케네(Francois Quesnay)라는 유명한 천재 경제학자가 있었다. 그는 1758년에 그 유명한 ‘경제표(Tableau Economique)’라는 거시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소 난해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경제의 흐름을 잘 보여준 케네를 현대판 소크라테스, 유럽의 공자로 칭송했다.

케네는 경제흐름표를 만든 점에서는 칭송을 받아야 하지만 부가가치를 만드는 계급으로 농민만을 지적한 점에서 큰 오류를 범했다. 잘 알다시피 농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오히려 상공업자들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중농주의자였던 케네는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다고 믿었다. 케네 생각으로 농업은 자연, 특히 토지 덕분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즉, 농업의 부가가치는 농부들의 노동력 때문이 아니라 토지의 자연력에 근거한다는 것이었다. 제조업은 투입한 만큼의 가치만을 산출해낼 뿐이고 상인은 이미 생산된 가치를 분배하는 일을 할 뿐이어서 상공업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케네는 경제표라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제 트렌드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처럼 현재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적합한 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에 주도적으로 나타날 세상을 선구적으로 잘 설명하는 데 있다. 앨빈 토플러는 현대 경제학도 급변하는 세상을 제대로 읽지 못해 ‘케네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그 와중에 쓰레기 같은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 쓰레기 정보에 빠지게 되면 바쁘기만 하고 도무지 쓸모없는 일을 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통찰력의 중요성이 빛난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고 방향성을 찾는 데에는 바로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중에서)

우리는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사실 지구는 빠른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만 막상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은 지구가 그리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기술의 혁신적 발달과 사고방식의 대전환, 기업들의 발 빠른 행보 때문에 이제 우리는 빨리 움직이는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을 드디어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모임이라고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젊은 세대의 성격이 변했다는 것이다.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를 나가보면 젊은 세대들이 줄어들고, 또 모임에 너무 인간적으로 엮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민대교수인 이은형의 신세대에 대한 담론서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에 보면 최근 회사에서 부하직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한탄하는 관리자들이 늘고 있다. 이해 못하는 것을 넘어 젊은 직원들에게 말 걸기 겁난다는 선배나 상사들의 하소연도 적지 않다. 이제 조직의 30%까지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며 상사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물론 조직 안에서의 세대갈등은 항상 있어왔지만 지금은 그 갈등이 훨씬 더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문제는 어른 또는 리더가 이런 새 친구들과 일을 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새 친구들은 일의 동료이기도 하고,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며, 미래의 회장이기도 하다.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토론의 기본 관점이 달라서 대화가 어긋나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과 같이 자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이 차이가 한참나는 선배나 상사와 이야기할 때도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기 일쑤이다. 기성세대로서는 급격한 디지털기술의 전환도 힘든데 세대변화, 신세대 중심의 소비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기존 모임의 회장, 총무와 오래된 회원이 그들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세상은 그들이 중심이고, 그들이 사는 방식대로 변할 테니까. 과거 같으면 그들에게 충고하면서 ‘요즘 것들은....’하며 혀를 내둘렀겠지만, 요즘은 오히려 ‘꼰대가 .......’라는 반응이 온다. 그들의 치기어린 반항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동년배들마저 동감하지 않는다.

늘 세상은 변하지만, 최근 들어 그 변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모임을 이끄는 것도 이전에 했던 것처럼 하면 금방 퇴색되고 사라진다. 왜냐하면 빛의 속도로 변하는 것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천재라는 케네도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어 그의 많은 노력을 후세대가 별로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 마당에 적으면 십 수명에서 많으면 수백 명의 모임도 변화를 두려워하며 안된다.

회장은 변화에 민감하고, 수시로 방향타를 잘 틀어야 한다. 그리고 총무는 새로운 밀레니얼 회원과 기존 회원 간의 변화하는 속도의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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