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용 역사문화해설사는 문화지평 회원을 이끌고 보문동 일대 도시개발과 도시재생 현장, 역사문화재를 둘러봤다.

 

지난해 이맘때 성북구 보문동 지역의 역사와 문화, 도시공간을 알기 위해 일대를 답사한 적이 있다. 보문동은 'V'자처럼 생긴 성북구의 하단 꼭짓점에 위치하면서 종로구, 동대문구와 접해 있다.

원래는 동대문구였다가 1949년 서울의 9번째 구인 성북구로 분리할 때 신설동 일부를 편입했기 때문이다. 보문동이란 동 명칭은 보문동 3가에 위치한 보문사(普門寺)에서 유래됐다. 보문사는 답사 코스에 포함돼 있다.

답사는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인 문화지평의 이필용 역사문화해설사가 이끌었다. 이 해설사는 경기도의 사회적경제연합회와 사회적기업협의회 사무국장을 겸하고 있는 활동가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매니저와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 팀장을 지냈다.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 분야를 전공한 도시재생 전문가다.

이날은 보문동에서 장수마을까지 폭넓게 전개되고 있는 도시재개발과 재생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옛 한양도성 외곽 성저십리 중 성북지역 마을 형성과 역사, 근린생활 공간 속에 놓인 역사유산을 들여다봤다.

보문동 재개발지역 골목을 누비고 있는 이필용 역사문화해설사(맨앞)과 문화지평 회원들.

이필용 해설사, 균형 있는 도시개발과 재생 설명

이 해설사는 급속히 진행되는 재개발과 도시재생에 따른 환경변화 속에서 도시는 어떻게 진화하고 디자인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부지런히 설명했다. 출발은 보문역 4번 출구에서 만나 보문2주택재개발지역 골목길을 누볐다. 한옥과 개량 가옥들이 혼재한 이 곳은 이미 재개발 발표로 이사가 시작돼 빈집이 꽤 많았다.

길 건너인 보문역 5, 6번 출구 쪽 보문5주택개발지역도 둘러봤다. 2지구와 5지구는 보문역 기준으로 우측 성북천 쪽으로 현재는 철거가 진행 중이다. 이 곳 골목은 매우 정교하게 직선으로 설계돼 있었다. 이는 일제에 의해 1934년 제정된 <조선시가지계획령>에 따른 도시개발 때문이다.

도시계획은 사대문 외곽 쪽이 상당히 많았지만 중일전쟁 발발로 대폭 축소됐다. 전쟁 전 시작한 영등포 일대 공업지구와 돈암 주택개발 등 단 두 곳만 광복 때까지 진행됐다. 돈암은 서울 동북의 대표적 주거공간으로 ‘도시형 한옥’이 집중 건축됐고 지금도 일대에 한옥이 폭넓게 남아 있다.

이 해설사는 “이들 도시형 한옥은 북촌처럼 개별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업자에 의해 집단적으로 지어졌다”며 “보문동 지역은 조선주택영단의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라 개발됐고 기농 장세권이 진두지휘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보문동은 오래된 주택이 많아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중에 있다. 사진은 오래된 한옥이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두꺼운 비닐을 씌어 놓은 모습.

한양도성 성저십리 성북지역 도시재개발 현장 둘러봐

이날 답사팀 일원으로 한복진 청강문화산업대 석좌교수(궁중음식 기능 이수자)가 함께 했다. 보문사에 대한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 위해서다. 어머니인 궁중음식 무형문화재 고 황혜성 교수의 손을 잡고 이 곳을 다니곤 했다고 한다. 보문사는 궁에서 나온 궁녀들이 비구니가 돼 여생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궁중음식을 연구한 황 교수가 그들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문사는 원래 조계종 사찰이었으나 1972년 비구니 긍탄스님에 의해 세계 유일의 비구니 종단인 보문종의 총본산이 된 곳이다. 이 곳은 경주 석굴암 건축구조를 차용하고 15톤 규모의 석불을 본존불로 모신 석굴암이 유명하다. 석굴암에는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쓰여진 연등도 달려 있다. 경내 팔각구층사리석탑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고 전해진다.

길은 기억의 마중물이다. 특히 실핏줄 같은 골목은 추억의 유전자를 듬뿍 담고 있다. 과거 무분별한 도시개발은 도시의 실핏줄을 모두 끊어버렸다. 다행히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도시가 탈바꿈하고 있지만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 해설사는 그동안 다녔던 수많은 도시에서 도시재생의 문제점을 직접 목격하고 고민하는 현장전문가다. 그는  학부에서는 IT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원은 도시재생 전공을 선택했다. 그는 이날 답사팀을 동망봉, 바우당, 장수마을, 삼군부 총무당, 삼선주택재개발지역으로 이끌면서 도시개발과 재생에서 지역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해설사는 최근에는 문화지평과 함께 ‘3‧1운동‧임시정부수립 100주년기념’ 특별답사를 진행 중에 있다.

가성비 좋은 중화요리집 <안동반점>재개발로 사라질 처지

보문동 안동반점 대표메뉴 중 하나인 볶음밥.

한편 일행은 이날 보문역 4번 출구 인근 중화요리집인 <안동반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20여 명이 넘는 인원이라 일찌감치 줄을 섰다. 줄을 서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의 몰리는 유명 맛집이다. 맛과 가격을 모두 잡은 가성비 최고의 식당이다.

보문동 안동반점 대표메뉴 중 하나인 짬뽕.

짜장면(5000원), 짬뽕, 볶음밥(이상 6000원)이 주력이고 탕수육 소(小)자(1만3000원)는 다른 곳의 대자 분량만큼 담아내 온다. 짬뽕 국물이 잡맛 없이 경쾌하고 시원하다. 첫맛과 끝맛이 공히 깔끔하다. 갖은 해물과 야채를 정성스레 썰어 넣었다. 단맛을 내는 주키니호박을 둥글게 썰어 넣은 게 인상적이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한복진 교수는 물론 정혜경 호서대 교수(식품영양학과)도 엄지를 ‘척’ 세웠다.

보문동 안동반점의 잡채밥. 일반 밥이 아니라 볶음밥으로 내오는 게 특징.

잡채밥도 당면이 보드레하니 은은한 맛을 낸다. 잡채밥의 밥도 볶아서 제공한다. 볶음밥은 밥을 옛날 방식으로 겉을 살짝 바싹하게 볶아냈다. 노령 주방장 혼자 주문을 소화하는지라 손님이 몰릴 때는 빠른 서빙을 기대하긴 어렵다.

보문동 안동반점 대표메뉴 중 하나인 탕수육. 소자를 시켜도 양은 결코 적지 않다.

홀 메뉴판 아래 벽에는 ‘주방장 어르신이 연세가 있으신 관계로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주말에 영업을 하고 화, 수요일 양일간 쉰다. 보문2주택재개발지역에 있는 안동반점도 재개발의 삽질을 피해 갈 수 없는 처지다. 어디로 옮겨갈지 물어보지 않았다. 맛집은 찾아가는 곳이니까. 다만 ‘주방장 어른’의 건강을 기원할 따름이다.

 

유성호 한경닷컴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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