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으로, 단기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에 허덕이며 일을 해치우는 지경에서 문득 나는 어디쯤 와 있는지 돌아볼 때가 있다. 그 때, 내가 서 있는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비록 오던 여정이 험난했지만 잘 가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블록체인 이야기가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해보았을 때 어디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이 꿈틀대는 신산업의 조성 단계를 돕고 싶은 것인지 (Planning) 아니면 엎질러진 물과 같은 혼란한 as is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선의의 피해자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것인지(Protecting). Planning과 Protecting은 현상을 보는 시작점이 다르고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Approach)가 다르다. 내가 일단 어느 지점에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이 생태계를 바라볼지에 대해 결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나는 생태계의 시작을 보다 장려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Planner의 입장을 더 풍부하게 해주고 싶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ICO로 대변된 거래소 관계자들에만 마이크가 집중되어 있었던 점을 As-is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ICO가 기존 유가증권시장에서의 IPO와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생태계의 구성원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자고 이야기 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개발자(혹은 창업자, 혹은 블록체이너). 그리고 그 기술 팀(혹은 프로젝트 팀, 혹은 회사)의 꿈과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데 가장 필요한 투자자, 투자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관계당국 (Regulator, 우리나라로서는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그리고 우리들의 국세청 등).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투자자들을 보다 구체화하고 심화해보자면서 투자자라는 단일한 그룹으로 묶지 말고 마치 자본시장법에서 그러하듯이. 가령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분류가 있듯 일반인과 기관을 구별하자고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었다. Planning을 열렬히 응원하는 입장에서 보다 입체적이고 단계적인 Planning view를 가져보자는 취지였고, 이 취지가 제일 잘 전달되길 바란 곳은 정부 관계당국이다. 왜냐하면 Planning의 화룡점정은 거시적 관점에서 규제를 좌지우지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전세계는 여전히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와의 관계가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가상화폐 자체가 법정화폐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 가상화폐 자체의 존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여기서 정부를 탓하는 사람이 생겼다. 정부의 입장은 여자 마음도 아닌 것이 갈대처럼 자주 바뀌는 듯 했다. 나는 그것이 자신의 역할을 Planner인지 Protector인지 혼란하였기 때문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이 생태계에서는 그 둘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고 이제 정부가 Planner로서의 역할도 해야겠다고 천명한 이상 다음 진도를 나가주길 바란다.

그 진도의 방향에 대해 첨언 하자면 나는 가상화폐(혹은 코인) 자체의 분류도 더 세분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코인의 성격이 화폐인지, 그래서 법정화폐를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일단 기존 질서에서의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Tax의 관점에서 화폐가 아니라고 배제하고 그렇다고 각종 권리가 화체된 증권도 아니라고 배제하다가 그저 어정쩡하게 일반 자산으로 분류되곤 해 왔지만 일단 Private group에서도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열어주면 좋겠다. Private Currency 이름은 어렵지만 우리는 이미 겪어본 적 있다. 게임 머니가 바로 그것이다. (계속)

이정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