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마다 힘들다고 한다. 스타트업으로서의 지원 대상에서 빠져 매우 곤란하며, 당장 유지가 힘들다는 내용이 그 요지이다. 그런데, 사실 거래소는 이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스포트라이트가 거래소였던 점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 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래서 원래 지원 대상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가상화폐거래소’를 키워드로 최근의 뉴스를 검색해보자. 주로, ‘개설한지 얼마 안 된 거래소가 계좌에 넣어둔 돈과 가상화폐 모두 들고 야반도주했다’는 내용이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거래소.

거래소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한국거래소(KRX),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을 떠올리게 된다.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데 있어서 그래도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믿음직하다니. 사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거래소는 잘 될 수 밖에 없다.

파는 자와 사는 자 양 당사자 모두에게 가장 공정한 거래 구조로서 고안된 중앙 시장 형태인 증권거래소는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의 필요에 의해 생겼다. 매수자는 거래 대상인 주식의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고, 알맞다는 지점에서 사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사겠다는 사람에게 가격이 맞으면 팔면 되도록 만들어둔 곳. 누구든지 즉각 주문을 낼 수 있는 곳. 믿고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의 장. 이 곳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래서, ‘거래소’라는 이름은 사실 굉장한 권위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장치였다. 거래소라는 권위를 처음부터 악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실제 증권거래소의 형태와 유사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각의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일반인들의 막연한 믿음을 이용한 셈이 되었다. ‘거래소’라는 말을 쉽게 얻다 보니, 실제 증권 거래소가 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권위를 인정받게 되었고, 그 덕분에 돈이 몰렸다. 이렇게 돈이 쉽게 몰릴 줄 몰랐는데! 놀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달려들었다. 왜 이런 거래소가 생겨났는지 그 취지 같은 것은 몰각되고, 돈 된다는 지점이 부각되다 보니, 그저 ‘반짝하는 사업 아이템’처럼 되어 버렸다.

생각해보라. 한국거래소(KRX)가 야반도주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갑자기 연락 두절된 거래소들은 사실, 거래소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거래소는 스타트업으로서의 지원, 블록체인 사업자로서의 지원 대상이 아니었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과 외연 확대를 위해 노력하던 진짜 블록체이너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저 ‘거래소’의 이름을 얻어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가?

아무나 거래소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블록체인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통신판매업’ 신고만으로 거래소를 낼 수 있다. 일단 거래소를 차리고 규모를 적당히 키우면, 법인 설립 후 계좌를 발급하고, 예치금을 받을 수 있다. 코인을 제작해 주는 대행 업체도 난립 중이다. 코인을 제작해주고, 백서를 만들어주고, 거래소까지 설립해주는 이른바 ‘종합계약(Full Package)’도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코인이 발생되어야 하는 궁극적 이유인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다. 그냥 장사할 사람들이 들어와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만들어두고, 증권 거래 구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각종 경품들이 내 걸리며, 일단 투자자를 유치한다. 코인의 가격은 부풀려지고, 거래량은 조작될 수 있다. 중견거래소처럼 보여지기 시작한다. 큰 판을 벌였는데, 한 번에 도망간다. 왜냐하면 감시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중인 가상화폐 거래소는 어림잡아 2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 거래소들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통해 설립된 거래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진짜 거래소와 먹튀 거래소를 거를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라고 쓰고, 피해자라고 읽어야 할 사람들의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거래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거래소라는 이름의 사용이 합당한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코인은,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하나의 구성요소이다. 그러므로, 이 구성요소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유동성이 주어져야 한다. 거래의 대가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반드시 증권거래소처럼 중앙에서의 규율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믿을만한 시장은 있어야 한다. 내다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는 있어야 한다. 거래소에 대한 고찰은 이 지점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언젠가 거래소 관련 방송 담당자와 이야기한 적 있다. 그(녀)는 방송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방송이 잘 되는 척도가 뭐가 있을지 물었다. 그(녀)는 거래소가 잘 되어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잘 되려면, 좋은 거래소를 필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이 방송을 통해 거래가 많이 일어나면 좋겠어요. 거래소가 잘 되어야 저도 잘 되니까.”

거래소가 잘 되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투자 환경이 조성되어, 투자를 할 수 있으면, 거래소가 잘 된다. 지금은 그저 투자하는 사람 스스로 조심하며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거래소가 잘 되기에는 사실 갈 길이 멀다.

이정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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